정치가 이런 건가요?
정치가 이런 건가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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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하나
지난 6일 오후 5시35분 국회 본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故)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신속처리 안건 표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법원이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넘어온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9일 만이다.

이 대표는 검은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부축 없이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선 이 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이 대표가 자기 자리에 앉자 그의 주변엔 정청래·서영교 최고위원 등이 다가가 릴레이 사진촬영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이어 같은 당 동료의원들이 이 대표 쪽으로 몰려와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눈도장? 그야말로 “줄을 서시요”였다. 당 대표는 내려놓지 않을 것 같고. 도대체 ‘공천’이 뭐길래.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첫 재판에 출석해 공동피의자이자 자신의 심복인 정진상씨와의 신체 접촉 허가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가 허락했고 이 대표는 재판 종료 직후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정진상에게 등을 두드리고 포옹했다. 이 대표의 배짱이 그저 놀랍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가) 정진상씨를 안아보게 해 달라는 것에 대해 재판부가 허용했다는 것은 심각한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며 “이 포옹의 의미는 고맙다는 의미도 있고 ‘계속 입 다물고 있어라’ 이런 묵시적인 무언의 지시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앞에는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한두 건이 아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 장면 둘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막말과 고성, 정회를 거듭하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민주당은 청문회 시작과 함께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비를 지적했고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 의혹 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이 편파적인 진행을 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그러면 고발하세요” 등의 답변으로 바짝 대들었다. ‘뒷배’가 있는지 답변은 공격적이었다. 그러다가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해버린 것이다.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례는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김 후보자가 처음이라고 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결과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굳게 믿는 것 같았다. 언론도 처음에는 그렇게 봤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나자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여당 내부에서 김 후보자의 ‘자신 사퇴’ 얘기가 나왔다. 지난 12일 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사실상 지명 철회였다.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존폐와 관련, 그가 했던 말처럼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했다. 아니 드라마틱하게 엑시트 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예상대로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여야 난타전이다. 상식적인 정치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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