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메 호반8경(湖畔八景)을 만날 수 있는 고즈넉한 밭담길
물메 호반8경(湖畔八景)을 만날 수 있는 고즈넉한 밭담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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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애월읍 수산리 물메 밭담길(1)
수산리사무소 출발,  약 3.3㎞ 코스·50여 분 소요
손님 맞이 하는 ‘성목인공폭포’ 시원한 인상
폭포 옆 자세하게 그린 수산리 지도 탐방객 도움
종모양 조형물 98개가 세워진 ‘백세로’ 눈길 
백세로
백세로

■ 산 좋고 물 맑은 마을

‘520여 가구에 13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수산리는 큰동, 동동, 서동, 당동, 예원동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애월읍 최대 저수지인 수산저수지가 있어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제주도 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수산곰솔은 수산저수지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이 밖에 수산봉 정상에 설치되었던 수산 봉수대와 기우제단, 사장터 등 유물 유적이 많은 유서 깊은 마을, 호수와 산이 아름다운 마을 수산리입니다.’

이상은 애월읍 수산리 홈페이지에 나오는 ‘마을 소개’ 앞부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자주 접하던 마을이어서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밭담길로 구성했는지 궁금했는데, 생각한 그대로였다.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기회 있을 때 자기 마을의 볼만한 곳을 다 넣어 연결한 느낌이다. 수산봉과 저수지, 또 천연기념물인 곰솔을 거치도록 했다. 이는 올레 16코스와도 중복되는 곳이다. 하긴 이 마을의 노른자격인 이곳을 버리고서 어디로 돌아간단 말인가.

수산리사무소 앞에서 시작되는 물메 밭담길은 성목동산에서 제방길, 수산봉 오솔길, 곰솔, 당동네, 수운교, 큰섬지와 물메초등학교 입구를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약 3.3㎞ 코스로 52분 정도 소요된다.

성목폭포
성목폭포

■ 물메 호반8경(湖畔八景)

이사무소 앞을 출발하면 맛보기로 올레16길과 겹치는 수산4길로 들어가 우영팟과 거리왓의 밭담을 보고 수산2길로 돌아 나오도록 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난데없는 2단 폭포를 만나게 된다. 그리 크지 않게 만든 ‘성목인공폭포’는 하귀를 거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마을의 첫인상인 것처럼 시원스럽다.

이곳은 4․3 때 성을 쌓아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이 폭포와 백세로가 조성되면서 멋있는 경관을 연출해 ‘물메 호반8경’의 제1경 성두적성(城頭笛聲) 차향지예(此鄕之譽), 즉 ‘성목의 경적소리가 이 고장의 명예를 드높인다.’는 경지로 탈바꿈했다. 2005년 개통된 애조로의 자동차 경적 소리가 물메 마을 번영의 메아리로 들린단다.

‘물메 호반8경’은 평소 고향을 지극히 사랑하는 이 고장 출신 강덕수(姜德秀) 선생이 요청으로 초대 북제주문화원장을 지낸 향토사학자 고 김찬흡(金粲洽) 선생이 정리한 것이다. 더 소개하면 제2경 제안행로(提岸行路) 수광은파(水光銀波), 제3경 산정봉대(山頂烽臺) 일망무제(一望無際), 제4경 봉도고비(峰道古碑) 충절문촌(忠節文村), 제5경 노송수호(老松守湖) 산유지락(散遊至樂), 제6경 수운교당(水雲敎堂) 전래민풍(傳來民風), 제7경 당동정자(堂洞亭子) 녹음민회(綠陰民會), 제8경 원사종향(院寺鐘響) 만령진혼(萬靈鎭魂)이다.

제2경 제안행로
제2경 제안행로

■ 백세로를 걸으며

폭포 옆에는 비교적 자세하게 그린 수산리 지도가 세워져 있어 처음 찾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겠다. 거기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은 ‘백세로(百歲路)’라 이름 지은 동산길이다. 애조로를 오른쪽(북쪽)으로 두고는 절벽에 가까운 높이다. 이 시멘트 포장길은 건설교통부 부지로 마을을 연결하는 탐방로 구간인데, 길의 특색을 살려 명명한 것이다. 이 동산길을 오르내리며 건강을 다져 오래오래 살라는 뜻이리라.

‘백세로’는 저수지 둑방길 입구까지 총 443m에 달하는데 2014년 마을경관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종 모양을 형상화한 스테인레스 조형물 98개를 4.5m 간격으로 애조로 쪽에 세워놓아 위험을 알리는 표지도 되고 길의 멋을 살려 보기에도 좋다. 입구에 제주도 모형을 본뜬 조형물도 설치했다.

이곳은 중산간 마을인 수산리에서 볼 때 비교적 한산하여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지형이 높아 낮에는 시원한 바다와 해변 마을을 조망하고, 밤에는 조업하는 배들의 불빛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구실을 한다.

저수지에서 본 한라산
저수지에서 본 한라산

■ 저수지 제방길 유감

백세로에서 내리면 번대동에서 나와 애조로와 마주치는 곳으로 바로 수산북길을 건너 제방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제방으로 통하는 곳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입구를 막아 놓았다. 어쩔 수 없이 옆에 마련된 정자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전에 여러 번 다닌 길이지만 이제는 사람이 다니지 않아 환삼덩굴과 수크령 같은 잡초가 우거져 걷기에도 힘들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호반팔경 중 제2경이라 소개된 안내판을 보고 나서 다시 천천히 바라본다. ‘제안행로(提岸行路) 수광은파(水光銀波)’라고 제방길을 걸으며 저수지에 어리는 은빛 물결을 감상하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전에 올레길 16코스를 걸으며 제방에서 취재를 한 일이 있는데, 이제 올레길은 남쪽으로 돌려놓았다.

나중에 저수지를 돌아 반대편으로 가 보니 중장비까지 동원해 큰 공사를 벌이는 중이다. 그렇다면 밭담길을 임시로라도 돌려놓아 나그네가 길을 못 찾고 쩔쩔매다 돌아서는 일이 없도록 하는 작은 배려가 아쉽다. <계속>

<김창집 본사 객원 大기자>

하동입구에서 본 수산봉.
하동입구에서 본 수산봉.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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