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밭담의 인문학적 가치
제주 밭담의 인문학적 가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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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 제주도 친환경농업정책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는 이 좋은 가을날, 10월 21~22일에 한림읍 옹포천 어울공원에서 제주 밭담축제가 개최된다.

가족들과 축제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기고 동명리 수류촌 밭담길을 걸으며 제주밭담의 가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해 본다.

제주 어디에나 흔하게 존재하는 제주 밭담이 국가중요농업유산이자 세계중요농업유산이라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화산섬이라는 지질적 특성에 바람까지 거센 제주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돌뿐인 척박한 땅을 개간하여 밭을 일궈내야만 했다.

바람에 돌이 드러나 계속해서 치우다 보니 밭마다 ‘머들(돌무더기)’이 생겨났고 농작물을 보호하고 쉽게 침식되고 쓸려가는 화산회토 토양 관리를 위해 돌을 이용해 담을 쌓기 시작하면서 ‘밭담’과 ‘밭’의 경계가 형성되었다. 10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흑룡만리 제주밭담’이 형성된 제주역사의 과정이다.

구멍 숭숭 뚫린 제주 밭담은 강한 바람을 걸러내 농작물의 쓰러짐을 막아주고 비에 의한 표토층의 유실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으며 농경지 소유권 개념의 경계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생태계 보존에도 기여해왔다.

제주 밭담은 농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제주만의 독특한 농업시스템이다. 척박한 환경과 강한 바람에 맞서 농경지를 개척한 제주인의 삶의 지혜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농업유산이다. 제주 밭담축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밭담의 인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중요성을 인식시켜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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