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3월 보름 사리 때마다 기적 같이 드러나는 신비의 바닷길
음력 3월 보름 사리 때마다 기적 같이 드러나는 신비의 바닷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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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 모도(茅島) - 2
음력 3월 보름 사리때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면 전세계에서 이 모습을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음력 3월 보름 사리때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면 전세계에서 이 모습을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 주한 프랑스 부대사의 기고문에 세계인 관심

진도 회동과 모도 사이 바닷길이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알려지면서 유명한 섬이 된 모도.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다. 농산물로는 보리·콩·조·시금치 등이 조금 생산된다. 근해에서는 멸치, 농어, 숭어가 주로 잡히고 지금은 김과 미역양식이 주 소득원이다. 모도 부근 마로해(馬路海)는 파도가 잔잔해 전국 최대의 김 양식장으로 진도김, 해남김, 완도김 등 이름은 달라도 대부분 이 마로해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것이라 한다.

모도는 띠가 많아 ‘띠섬’이라 하다가 어감이 변하여 ‘뒤섬’이 되었고, 말이 먹을 풀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모도’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신비의 바닷길이 갈라질 때 볼 수 없어 그 현장이 어떤 모습일까, 회동에 있는 바닷가 언덕에 있는 공원에 올랐다. ‘피에르 랑디 공원’으로 명명된 이 언덕에 흉상 하나가 세워 있다. 설명에 40여 년 전 당시 주한 프랑스 부대사였던 ‘피에르 랑디’ 흉상이다. 한 기록에 보면 사연은 이렇다.

1974년 피에르 랑디 부대사가 진도에 왔다가 우연히 이 바다가 갈라지는 현장을 목격하고 놀랐다. 2년 후 본국으로 돌아간 부대사는 자신이 목격한 진도의 신비 바닷길에 관련한 내용을 본국의 한 신문에 기고했다. 이 기고문이 국내에 알려지자 1977년 국내 주요 언론이 앞다투어 취재했고, 일본 NHK는 진도 신비 바닷길을 세계 10대 기적의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이 전 세계로 방영되면서 세계인에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NHK 방송 화면에 신비의 바닷길만 방송된 것이 아니라 진도주민의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까지 보여 북한에서 남한의 핍박받는 주민들의 삶이라 이용했다. 정부에서는 긴급히 회동 일대는 물론 진도에 새로운 시설과 더불어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뽕할머니 전설을 비롯한 진도 씻김굿과 들노래, 진도 춤, 강강술래등 지역 문화를 더해 영등축제로 발전시키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피에르 랑디 부대사는 바닷길이 갈라지는 현상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보았다고 했고, 즉시 무릎끓고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이제 어엿한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해 있다. - 이재언 ‘한국의 섬’

회동 언덕에 있는 피에르 랑디공원.
회동 언덕에 있는 피에르 랑디공원.

# 명승지 제9호로 지정된 약 2.8㎞의 신비의 바닷길

정부는 2003년 ‘신비의 바닷길’일대를 명승지 제9호로 지정했다. 그 길은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약 2.8㎞가 조수 간만 차이로 수심이 낮아질 때 둥그스름한 작은 언덕길이 드러난다. 이 현상을 ‘치등’이라 하는데, 해마다 음력 3월 보름을 지난 사리 때면 ‘신비의 바닷길’ 현상이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물이 계속 빠진다.

이런 바닷물 빠짐 현상은 전국 해안에서 나타난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 강정해안 서건도를 비롯한 전국 섬 지역 곳곳에 나타나지만 모도는 그 길이가 2.8㎞로 매우 길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이곳 주민들은 이런 현상을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신비로운 현상으로 알지 못 했고, 정작 한 외교관이 보고 이 현상을 신문에 기고하므로 지금은 세계 최대 축제가 됐다.

한 주민은 최근 들어 ’신비의 바닷길’ 물 빠짐이 예전보다 조금씩 덜 빠지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며 ‘혹시 방송에 나오는 북극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불어나는 해수면 상승인가 그런 것이 아니냐’고 걱정스런 말을 한다.

포장된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섬 뒤쪽이다. 바다에는 작은 섬 세 개가 보인다. 상병도, 중병도, 하병도다. 이 부근은 예전에는 조기가 바글바글할 정도로 어종이 풍부했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단다. 섬을 걸으며 그 섬이 이야기를 듣고 또 현장을 보노라면 옛날 모습이 그리워지는 곳이 많다. 경제성장 때문인지 섬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 모습만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문화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삶의 정체성까지 잃어가는 것이 아닌지. 다리가 개설된 섬은 더욱 그 같은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섬은 섬 다워야 그것이 보물인데.

마을로 돌아와 골목길을 걷는다. 집집마다 담장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제 섬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길지 않은 시간, 구릉위를 걷고, 해안을 걸으며 뽕할머니 전설이며, 섬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이런저런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포근해지는 것은 나 역시 섬사람이기 때문일까.

“잘 돌아보셨어요. 어떤가요, 우리 모도, 아름다운가요” 굉음을 내며 달리는 모세호 물살이 날려 얼굴을 때린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회동에 있는 뽕할머니 영당(影堂).
회동에 있는 뽕할머니 영당(影堂).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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