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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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민성 기자
  • 승인 2023.10.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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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만 화백·김신자 시인의 시와 그림으로 보는 제주어(70)

▪표준어

매미

한평생 허공에다 소리집 마구 짓고
초가을 벚나무에 듬성듬성 붙은 허물
가진 것 모두 버렸네 제 몸이 텅 비었네

울음도 텅텅 비고 가을된 빈 껍데기
열정 속 살다 보니 나도 가을 돼 가네
아이들 첫울음 보낸 이 몸도 빈 껍데기

▪시작 메모
매미는 7년 동안 땅 속에서 살다가 한 달만 지상에서 나와 살다가 죽는다. 이제 막 빛을 본 매미를 함부로 잡으면 벌 받는다며 철없이 터지던 여름날이 그 이후에는 없었다. 요즘은 여름이 되어도 매미 우는 소리 듣기가 힘들다. 말 많고 탈 많은 세상, 툭 던진 말들이 입 밖에 나오는 순간 내 발등을 찍는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연초록 가지마다 숨소리가 멎었다. 그대들은 매미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며 살았던 적이 있는가. 설레며 온 마음을 접고 떠난 그 자리에, 알고 보면 우리도 빈 껍데기일 뿐…, 감춰도 감춰봐도 모두 다 껍데기다. 비우고 낮아지며 헛욕심 비우라는 재열의 교훈이다.

▪제주어 풀이
(1) ᄒᆞᆫ펭싱: 한평생 
(2) 들구: 자꾸, 계속해서
(3) 초ᄀᆞ슬: 초가을
(4) 듬상듬상: 촘촘하지 않고 매우 성기고 간격이 뜬 모양을 나타내는 말
(5) ᄆᆞᆫ딱: 모두
(6) 데끼다: 던지다
(7) 이녁: 당신(너)
(8) 겁데기: 껍질

강민성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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