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앞바다는 태평양…세계로 시야 넓혀야”
“제주 앞바다는 태평양…세계로 시야 넓혀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10.11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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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제주인] 9. 김동우 재호주제주도민회장

제주인의 DNA는 특별하다. 육지와 고립된 섬이자 변방이라는 약점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극복하면서 그 삶의 궤적을 DNA에 새겼다. 그리고 DNA에서 발현된 제주인 특유의 정신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근본(根本)’이다. 공생을 위한 수눌음,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는 지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등은 제주인의 결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 대전환의 시대에 제주인의 정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래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무한 동력’인 제주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본지는 올해에도 제주인 발굴 프로젝트 ‘2023 제주&제주인’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지난 22일 세계제주인대회 행사장인 제주시 애향운동장에서 만난 김동우 재호주제주도민회장이 제주 발전 방향을 말하고 있다.

 

세계 속에 또 다른 ‘제주’가 있다. 전 세계에 거주하는 60만 재외도민들이 세계 속 또 다른 ‘제주’다.

지도를 뒤집어 보면 제주는 대한민국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제주의 앞바다는 광활한 태평양이다. 

제주 앞바다 건너편, 호주에서 또 다른 제주의 궤적을 새기는 김동우 제호주제주도민회장을 지난 6일 ‘제2회 세계제주인대회’가 열린 제주시 애향운동장에서 만났다.

# 호주에 뿌리내린 제주 청년

김동우 회장은 1972년 제주시 노형동 월랑마을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농과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호주 유학길을 선택한 것은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대로면 제주에서 평생을 보내겠구나’라는 두려움과 걱정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미국 유학을 고려했었는데, 사정상 하지 못하고 호주 유학을 결정했다”며 “호주 유학 후 미국으로 건너가려는 계획이었는데, 9·11 테러 때문에 가지 못하고 호주에 남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뜻하지 않은 테러 때문에 호주에 남게 됐지만, 제주와 닮은 호주의 자연과 문화에 반해 호주 시드니에 자리 잡았다. 

매일 새벽 4시 전후로 일어나 세 가지 일을 하고, 영주권 획득을 위해 요리학교에 다니는 등 힘든 하루가 계속됐지만 김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호주에서 터를 닦았다. 

호주 한인타운 영어 학교 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BEST 영어학원을 설립해 대표를 지내기도 했고, 전공을 살려 ‘비타민존’이라는 건강식품점을 꾸려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호주 부동산 구매 및 투자 컨설팅 회사인 뉴 프로퍼티 이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호주 월간지 ‘비즈니스 저널’을 발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저는 돈도 중요하지만, 제 이름 석 자, 제 고향 제주도라는 이름을 가지고서 욕을 먹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반이 없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했다”며 “호주에 23년간 살면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저도 도움받으며 살다 보니까 큰 탈 없이 지내게 됐다”고 회상했다. 

# 제주인은 한 가족…‘솔직함’ 좋지만 시야 넓혀야

김동우 회장은 중요한 미팅마다 가슴에 태극기와 호주 국기, 동백 배지를 달고 다닌다. 호주에 사는 재외도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이다. 

김 회장은 “스스로 정직하고, 경건한 마음을 갖기 위해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세 개의 배지를 착용한다”며 “제주인의 강점은 솔직함과 순수함이다. 제가 무엇을 가졌는지 다 보여드리고, 솔직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니 ‘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주인은 솔직함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시야를 넓혀야 할 필요도 있다”며 “호주에 살면서 고향과 비교해 단점만 보려는 이들을 많이 봤다. 세계 속 다른 국가나 지역의 장점을 보고, 그것을 배우려 할 필요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이어 “저는 고향을 ‘어머니’라고 표현한다. 제주인은 한 가족이라는 뜻”이라며 “저는 제주 사람들이 호주에 왔을 때 제 동생, 친척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회장은 현재 두 번째 재호주제주도민회장 임기를 수행하면서 호주제주도민회의 든든한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지역 학생들이 호주를 방문하면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물론, 조언도 아끼지 않으면서 세계 속 더 큰 제주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김 회장은 아울러 현재 재호주한인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세계한인미주회의 호주민주연합 대표로도 활동하면서 호주 한인사회에제주인의 얼을 퍼뜨리고 있다. 제주인과 한인들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수눌음’ 정신이 김 회장을 호주 한인사회 유명 인사로 만든 것이다. 

# 제주 발전 위한 메모 한가득…“접근성 높여야”

김동우 회장은 제주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말에 대답 대신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휴대전화에는 제주 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틈틈이 적어놓은 메모가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김 회장은 제주 발전을 위해 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호주에서 인천에 내리면 오후 6시, 7시다. 제주에 오려면 김포로 가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마지막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서울에서 하루 자고 제주에 와야 하는 것이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라고 하려면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또 “세계제주인대회도 그렇고, 상공인들 글로벌 대회도 하는데 해외에서 이를 홍보하는 자문위원이나 홍보위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재외도민들을 대회 홍보대사나 자문위원 등으로 임명해 대회를 홍보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제주가 명예도민 제도를 갖고 있는데 이걸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제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주에 내려와 제주를 고향같이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며 “명예도민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제주도민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결국 인구가 파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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