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일번지 제주 '과잉관광'인가요? 아닌가요?"
"관광일번지 제주 '과잉관광'인가요? 아닌가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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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버투어리즘 논란,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 따라 '출렁'
전문가들 "적정 관광 수용력 산출하고 관광객·도민 인식 개선해야"
중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크루즈 상하이 블루드림스타호(2만4천782t)가 31일 오후 제주항에 입항했다.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제주시 용두암을 찾아 경치를 즐기고 있다.(연합뉴스)
중국 단체관광객을 태운 크루즈 상하이 블루드림스타호(2만4천782t)가 31일 오후 제주항에 입항했다.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제주시 용두암을 찾아 경치를 즐기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이제 세계는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았다.

코로나19로 꽉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서 전세계 관광지는 차츰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피렌체 등 일부 지역은 이른바 '보복여행' 여파로 인한 넘쳐나는 관광객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현상이다.

중국 단체 관광 재개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을 기대하는 제주 관광업계는 오버투어리즘 논란이 재현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제주 오버투어리즘 논란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이 2018년 올해의 단어 후보 중 하나로 선택했던 오버투어리즘은 지나치게 많다는 뜻의 'over'와 관광을 뜻하는 'tourism'이 결합된 말로 '과잉관광'을 뜻한다.

관광지에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교통난, 환경훼손, 주거난, 관광객으로 인해 원주민이 타지로 내몰리는 것을 지칭하는 투어리피케이션(tourification)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제주는 지난 2016년 연간 관광객이 사상 처음 1천500만명을 넘어서면서부터 지역사회에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서서히 제기됐다.

연간 내국인 관광객이 2000년 382만2천509명에서 2016년 1천224만9천959명으로 3.2배, 외국인 관광객은 2000년 28만8천425명에서 2016년 360만3천21명으로 12.5배 증가했다.

관광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세수확보 증대와 관련 산업 성장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섬'이라는 특성상 관광객 급증으로 쓰레기와 상하수도 처리 문제, 환경문제, 지역주민 정주권 보호 문제, 외국인 범죄 증가 등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급기야 제주 제2공항 등 개발사업이 집중되는 제주의 관광 수용력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대학교는 2017년 '제주관광 수용력 연구'를 진행, 같은해 12월 1차 결과를 냈다.

항공과 선박 교통편을 통해 수용 가능한 물리적 수용력은 연간 1천685만명으로, 당시 기준 교통 인프라 수준으로는 관광객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2018년 7월 24일부터 2019년 1월 24일까지 도민과 관광객, 관광업계 관계자, 전문가 등 약 2천명을 대상으로 제주 관광 인식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거쳐 '제주관광 수용력 관리방안 연구' 2차 결과를 냈다.

연구 결과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은 '제주에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이로인해 큰 불편을 느끼진 않는다'는 오버투어리즘 우려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복합리조트 등 추가적인 '관광 개발 사업'과 일종의 입도세 개념인 '환경부담금'에 대해서는 지역주민 및 업계관계자와 관광객 등의 반응이 엇갈렸다. 

지역주민 등은 관광 개발 사업에 '환영'의 입장인 반면 관광객들은 '부정적' 의견을 냈고, '환경부담금'에 대해서도 지역주민 73%가 찬성했지만 관광객은 57.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우산장수·짚신장수 어머니 걱정하는 꼴 

제주 관광은 국내외 상황에 따라 시소를 타듯 '오버투어리즘'과 '관광 산업 불황'이라는 전혀 다른 이슈로 출렁거렸다.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2017년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제주 관광에 위기가 닥쳤다.

연간 관광객이 2016년 1천58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사드 사태 이후 2017년 1천475만명, 2018년 1천431만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한때 호황에 연간 관광객 2천만명 돌파도 얼마 남지 않았다던 '장밋빛 전망'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이 채우면서 2019년에는 1천500만명대를 회복했다.

그리고 이듬해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시 위기가 찾아왔지만, 곧 악재 속에도 호황(?)이 반복됐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내국인들이 다시 제주로 몰린 것이다.

이때마다 언론은 마치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불황일 땐 관광업계의 위기를, 호황일 땐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지역주민의 불편을 거론하며 오버투어리즘을 우려했다.

사실상 언론도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에 따라 과학적인 분석 없이 부화뇌동했다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적정 관광 수요에 대한 정확한 산출과 주민·관광객이 공존하기 위한 인식 개선 등을 주문한다. 

문성종 제주한라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제주는 관광객과 이주민의 유입으로 원주민이 사라지는 극단적인 오버투어리즘 상황으로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며 "단순히 계량적으로 오버투어리즘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우선 제2공항 건설이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제주도민이 모두 인정할 만한 제주 관광 수용력을 확실히 규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완을 통해 좀 더 정확한 수용력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환경, 문화, 시설 인프라, 도민 삶의 질 등을 고려한 적정 관광객 규모 산출을 통해 관광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문 교수는 이어 "저가 단체관광이 아닌 양질의 수준 높은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실질적인 수익이 마을 주민, 제주도민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고 행정은 콘텐츠 개발을 위한 컨설팅 강화, 마을 주민 교육 등 측면 지원을 통해 마을이 관광산업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선영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6년 이후 오버투어리즘 논란이 제주에서 벌어진 이유는 너무나도 급격하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관광산업 성장에 따른 시설 인프라와 사회적 인식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채 급속한 변화를 (도민이)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제주가 글로벌 관광지로 가기 위해서는 해외 유명 관광지가 겪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책임연구원은 "인프라를 갖춰가는 동시에 거주민과 관광객이 서로 배려하는 문화 캠페인을 통해 도민은 관광객을 관광시민으로 인정하고, 관광객은 거주민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는 인식 개선과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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