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긴 타원 모양의 작은 섬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긴 타원 모양의 작은 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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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 모도(茅島) - 1
하늘에서 내려다 본 긴 타원형 모양의 모도.
하늘에서 내려다 본 긴 타원형 모양의 모도.

# 바다가 갈라지는 계절이 아니라 한산한 항구

한국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모도(茅島)는 진도 본섬에서 서남쪽에 있는 섬이다. 진도군 고군면 회동항 앞에 두 개의 섬이 있다. 왼쪽은 금호도, 오른쪽 긴 섬이 모도로 면적 0.23㎢, 해안선 길이 2.8㎞로 섬 모양은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긴 타원형의 작은 섬이다. 이 섬에 가기 위해서는 초사 마을에 있는 초평항에서 모세호라는 모도를 다니는 연락선이 하루 다섯번 왕복한다. 바다가 갈라지는 계절이 아니라 관광객은 없고 한산한 항구는 초평항 확장공사로 공사차만 분주히 오간다.

제주에서 오전에 배를 타고 진도항에 오후 1시쯤 도착, 다른 섬 가는 배는 이미 다 끊겨 할 수 없이 모도 가기 위해 급하게 택시를 타고 초평항에 도착했더니 오후 3시에 배가 출발한단다. 괜히 서둘러 비싼 택시를 탔다고 후회하며 주변을 서성거렸다. 두 노인이 양지바른 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모도가는 배 어느 쪽에서 타야 합니까”하고 물었더니 한참을 바라보더니 “모도는 뭐하러 갈라요. 누구 집에 가요. 물때에 따라 다르는디 오늘은 이쪽일 것 같소. 시간되면 모도에서 배가 와요”, “바다는 어느 쪽에서 갈라집니까”, “저기 회동마을로 가서 언덕 아래 시설 많이 했응께 금방 찾을 거요”, “근데 왜 배는 여기서 타지요”, “여기가 젤로 가까와 일로 뎅기지”

1시간30분을 기다리자 모도에서 출발한 모세호가 항구에 도착했다. 손님을 내리고 금방 모도로 출발, 10분도 안 돼 모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모세호 선장이 “모도 구경왔소. 바다 갈라질 때 와야 이것저것 구경 하는디,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이왕 왔응께 섬 한 바퀴 돌고 가쇼” 모도마을 지붕은 전부 붉은색이다. 마을도 깨끗하고 선창 주변은 물론 섬 구석구석 양식장에 사용하는 각종 장비며 그물이 가득 쌓여있어 이 섬도 김 양식을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식장 그물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느라 물을 뿜으며 풍기는 짙은 갯내음은 야릇한 냄새다. 의신초등학교 모도분교를 찾아 마을 좁은 길을 돌아 올라서자 모도분교다. 학교마다 세워진 독서상과 이승복 동상 뒤로 자그마한 교사가 예쁘다. 운동장에는 체육시설과 아이들이 금방 놀다 갔는지 공이 굴러다닌다. 학생이 많을 때는 47명이었지만 지금은 3명뿐 이란다.

모두 빨간색인 모도마을 지붕.
모두 빨간색인 모도마을 지붕.

# 기적의 바닷길 전설 뽕할머니 사당

운동장 옆으로 난 계단 올라서니 왼쪽에 자그마한 사당이 있다. 이 사당이 바닷길 갈라지는 전설에 주인공인 뽕할머니 사당이다. 모도와 뽕할머니 전설은 이렇다. “옛날 촌락을 이루고 살던 호동(지금 회동)마을 사람들이 호랑이 침입이 잦아 건너편 모도라는 섬으로 황급히 피신하면서 뽕할머니 한 분만 남게 되었다. 뽕할머니는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싶어 매일 용왕님께 기원하였는데 어느날 꿈속에 용왕님이 나타나 ‘내일 무지게를 내릴테니 바다를 건너가라’는 선몽이 있어 모도와 가까운 바닷가에 나가 기도를 하니 회동과 모도 사이에 무지게처럼 바닷길이 나타났다. 뽕할머니는 ‘나의 기도로 바닷길이 열려 너희들을 만났으니 이젠 한이 없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는 전설이다. 뽕할머니 당집은 모도와 회동에 있어 매년 바닷길이 열릴 때면 이곳에서 풍어와 소원성취를 비는 기원제를 지내고 있다.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500년 무렵, 김해 김씨가 처음 정착했다는 설과 조선 초기 손동지라는 사람이 제주도로 유배 가던 중 풍랑을 만나 배가 파손돼 지금의 회동마을에 표류하였고 지금도 그 후손들이 약 200 여 년 간 살고 있다고 한다.

뽕할머니 사당을 둘러보고 나오니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섬 최고 높은 곳이 48m로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고 마을은 서쪽 해안에 모여 있다. 건너쪽에 있는 금호도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전망대다. 멀리 바다에는 여러 척의 어선들이 한가롭게 바다에 떠 있다. 숲길을 따라 내려서자 모도 가족공원이다. 뽕할머니 조각상으로 3대의 가족이 조형되어있고, 한글과 영문으로 대형글자를 세워 그 아래 뽕할머니 전설을 그림으로 그려 설명하고 있다. 모도라는 글자가 얼만 큰지 멀리 섬 밖에서는 읽을 수 있다. 여기가 회동과 모도 바닷길이 갈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한 외국인 근로자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인사를 하길래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묻자 “스리랑카”라고 답한다. 우리말을 더듬거리며 손을 돌리는 것이 ‘구경 왔느냐’는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자 무거운 그물을 끌며 ‘잘 가라’ 손을 흔든다. 섬 가는 곳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항상 웃으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도 외국 나가 현지 사람을 만나면 저렇게 인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기적의 바닷길 전설의 주인공 뽕할머니 사당.
기적의 바닷길 전설의 주인공 뽕할머니 사당.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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