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정치는 필요없다
‘그들만의 리그’ 정치는 필요없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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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간의 달콤했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또다시 힘든 일상이 시작됐다.

코로나19의 긴 터널 끝에 오랜만에 한 자리에 마주 앉은 가족과 친지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지역사회 또는 대한민국의 수 많은 현안들이 오고 갔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 계속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대본없는 드라마는 무릎을 맞댄 가족과 친지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모두가 꺼리고 아예 회피했던 이야기는 정치였다. 언론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추석 밥상머리’에서 정치는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본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라일보, 헤드라인제주, KCTV제주방송(이하 언론4사)과 공동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물가 안정 및 민생경제 대책 마련’이었다.

도민 1502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17.4%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물가·민생 안정을 택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대책 마련 17.1% ▲제2공항 갈등 해소 13.6% ▲환경보전 및 난개발 억제 11.7%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10.8% ▲교통, 쓰레기, 상하수도 등 생활불편 해소 9.6% ▲부동산 가격 안정 9.1% ▲농·수·축산업 등 1차산업 활성화 4.6% ▲제주4·3의 완전한 해결 3.3% 등으로 집계됐다.

어느 곳에도 정치는 없었다. 물론 질문지에 정치관련 질문은 없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내년 4월 10일에 치뤄질 제22대 총선을 앞둔 1차 조사여서 총선 질문이 우선이었다.

여기에 선호하는 인물이 없다거나 모름, 또는 응답을 거절한 부동층은 ▲제주시갑 29.1% ▲제주시을 31.0% ▲서귀포시 29.6%로 나타났다. 도민 10명 가운데 약 3명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답변했다.

언론에서는 이들을 ‘부동층’이라고 이름짓는데 표본이 1502명인데도 부동층이 약 30%로 나왔다는 것에 대해 현직 국회의원들은 물론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정치인들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지난 21대 총선 제주지역 투표율은 62.9%였다.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 투표율은 53.1%였다.
이런 투표율에서 당선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 정도가 투표하고 거기에서 40% 정도의 지지로 당선된다면 과연 대표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는 유권자들에게도 문제는 있지만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지 못 하는 정치인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얼마나 정치인들을 믿지 못 하면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겠는가.

본지를 비롯한 언론 4사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고물가·고금리·고유가의 ‘신(新)3고’ 경제 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 여파를 해결해 줄 정치인을 찾았다. 

도민들은 꺾일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빚 부담, 극심한 소비 위축 등 지역경제 전반에 켜진 비상등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는 만큼 정치인들에게 민생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공약과 대책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 특유의 ‘궨당’보다는 ‘전문성과 능력’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추석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영장심사를 놓고 정쟁을 펼쳤던 여야는 오늘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김행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등을 놓고 지리한 정쟁을 펼치고 있다.

국민과 도민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정치인들은 무의미한 논쟁만 펼치고 있다. 

국회 본회의든 상임위원회 회의든 회의에 참석해 표결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면 될 일을 불필요한 소모전만 펼치고 있다.

이래서 국민은 정치를 외면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제주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들만이라도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할 정책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기를 권한다.

정치인들의 늘 이야기하는 ‘유권자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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