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의 추억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10.0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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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초등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 아버지를 따라 학교를 옮기다 보니 다섯 학교를 다니게 됐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이어서 전근을 가게 됐는데 어머니와 형제들은 서귀포에 정착을 하고 나와 동생만 아버지를 따라 가라는 말을 듣고 학교를 다니게 됐다.

아버지와 동생과 다녔던 학교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때에는 학교 운동장 안에 있는 관사에 살았기 때문에 학교가 바로 집의 마당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 중에서 지금도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 교실 앞에는 화단이 있었다. 화단에는 여름에 피는 예쁜 꽃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누군가 가르쳐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 꽃들을 모아 크지 않은 자그마한 유리 조각을 주어다가 땅을 판다. 깊지 않게 구멍을 파고 그 구멍 속에 따온 꽃잎들을 가지런히 놓고 유리로 덮고 흙을 덮는다. 그 후에 유리가 있는 곳을 조그맣게 손으로 후비면 유리가 나오고 유리 속에 놓은 꽃들이 예쁘게 나타난다. 하루를 쉬고 이튿날에 그곳을 가보면 유리에는 이슬이 맺혀 있어서 꽃들이 영롱하게 보인다. 마치 이슬이 맺힌 모양으로 형형색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꽃 그림을 그린 것 같아서 즐겁게 놀았던 추억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관사는 양어장이 바로 인접한 곳에 있어서 겨울방학이 되면 영하가 된 그곳으로 아침마다 가서 얼음을 깨고 숭어의 치어(穉魚)들이 멸치처럼 얼어붙어 있어서 덩어리로 된 치어 뭉치를 걷어 올린다. 양동이에 넣고 집에 도착을 하고 따뜻한 아랫목 이불을 깔고 넣어두면 치어들이 얼음을 깨고 살아 움직인다. 따뜻한 온기로 금방 말라지고 치어들은 마치 멸치와도 같이 말라 버린다.

같은 양어장에서 벌어진 다른 이야기이다. 동네 형들은 양어장에 마른 곳에 싸이나(극약)를 놓아둔다. 사전에 콩을 조그맣게 후벼서 그 속에 싸이나를 몇 방울을 넣고 양초물을 구멍에 넣고 봉을 한다. 물론 나는 그 작업을 하지 않았다. 동네 형들이 싸이나를 넣은 콩들을 양어장 마른 곳에 뿌려두면, 하루가 지나고 콩을 먹은 오리들이 양어장 구석구석에 쓰러져 있다. 우리는 오리들을 주어다가 털을 모두 벗기고 창자를 모두 제거한 채 솥에 넣고 끓인다. 오리 고기를 푸짐하게 먹었던 시절, 초등학교 시절이었지만 나에게는 무척이나 생각나는 추억이라 생각한다.

또 여름이면 양동이를 들고서 모래 해안가로 나간다.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도 모두 바다로 가서 바닷물이 빠진 백사장으로 간다. 발로 이쪽저쪽을 비틀면서 뒤를 향해 후비면 발바닥에서 조개가 발바닥에서 밖으로 나온다. 양동이에 담은 조개를 가득 들고 집으로 와서 삶아 먹던 일, 간식이 없던 시절이지만 그러한 놀이가 너무나 재미가 있었던 시절이었다.

또 다른 추억이라면 지네 잡이다. 수업이 끝나면 동네 형, 친구, 동생들과 여럿이서 밭이랑 들에 있는 돌들을 들추어내며 지네를 잡던 시절이다. 하루 종일 지네를 잡아서 팔면 제법 용돈이 됐다. 수업이 끝나면 책가방을 방에 처박아 두고서는 친구들이 기다리는 장소를 달려간다. 약속 장소에 다 도착하면 조를 나눠서 어느 정도 가면 다 같이 합류할 장소를 말하고는 각자 지네 잡이를 한다. 한참 동안 지네 잡이를 하다가 모이는 장소에 다 같이 모여 물을 먹고 노래도 부르고 재미있는 얘기를 하면서 깔깔거리다가 하산을 하고 지네를 파는 가게에 들린다.

이제 70세가 넘은 지금, 이 시점에서 12~13세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니 마음이 소년과도 같은 느낌이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가지면서 가끔은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천진난만한 경험을 서로에게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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