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환경 이용한 'STEM' 인재 유입 필요…기업 성장 속 상장 이뤄져야"
"제주 환경 이용한 'STEM' 인재 유입 필요…기업 성장 속 상장 이뤄져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10.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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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상장기업 20개 육성·유치’를 내세우고 상장기업 육성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탄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오영훈 도정은 상장기업 육성 지원을 위해 기업상장(IPOㆍInitial Public Offering) 클래스를 운영, 상장을 희망하는 도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테크노파크(원장 문용석)가 IPO 클래스 운영을 전담하는 가운데 ‘일류 커뮤니티 뱅크’를 지향하는 제주은행(은행장 박우혁)이 지역기업 육성·지원을 위해 신한금융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한 강사진을 구축하는 등 힘을 보탰다. 김인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포함해 신한투자증권 신석호 이사, 한미회계법인 김서호·권오상 회계사 등이 전문 강사진으로 참여했다.  

지난 6월부터 상장 희망 기업의 열띤 호응 속에 교육이 진행된 가운데 본지는 창간 78주년을 맞아 제주 IPO 클래스 강사 중 한 명인 김인수 교수를 만나 제주지역 기업의 성장 방향을 물었다. [편집자 주]

지난 22일 제주은행 본점에서 만난 김인수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제주 기업 발전 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지난달 22일 제주은행 본점에서 만난 김인수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제주 기업 발전 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 IPO는 하나의 과정…성장 단계 속에서 자연스레 이뤄져야

지난 22일 제주은행 본점에서 만난 김인수 교수는 도내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 그 자체가 목표여서는 안 되고, 기업 성장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상장할지, 다른 기업과 인수합병을 할지, 상장 없이 성장을 택할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코스닥 상장 위원으로 지냈으며, 5년 전부터 한국과학기술원이 있는 대전에서 IPO 클래스 강사를 맡고 있으며 올해 제주에서 처음 진행된 IPO 클래스에 합류했다.

김 교수는 “IPO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말 쉽지 않다. IPO는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반 트랙을 선택할지, 기술 특례 상장을 선택할지는 나중 얘기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다들 같은 공부를 하는 것처럼 지금은 기업 성장을 위한 기초 체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IPO 관련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존재하다 보니 제주지역에서는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강의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도내 기업들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가는 단계다. 말하자면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천혜의 자연환경 장점…‘STEM’ 인재 유입 방안 고민해야

김 교수는 제주가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제도적 장점을 가진 곳이라며, ‘STEM’인재 유입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약자로 미국 이민국은 올해  1월부터 STEM 전공자 중 석사 학위 이상의 이민 신청자 수속 기간을 기존 8~12개월에서 3개월 반으로 대폭 단축하는 등 이민 장벽을 낮추고 있다.

김 교수는 “기업 성장 과정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제한적인 자원 속에서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다. 제주가 섬이라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국제학교라는 제도적 장점도 가지고 있다”며 “제주의 환경을 고려하면 바이오, 항공, 정보통신(IT) 산업 기업을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의 이민 정책을 제주에 적용해 국제학교 학비 지원 등을 고려하는 등 ‘제주형’ STEM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제주에 STEM 인재가 모이면서 연구소가 만들어지고 펀드가 설립된다면 자연스레 기업이 유치되고, 제주 기업 또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재들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주 기업 열정에 감동…“성장 통한 새로운 시작 응원”

김 교수는 IPO 클래스에 참가한 제주 기업과 주관 기관들의 열의에 감동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오후 2시 강의를 위해 점심을 먹고 1시50분쯤 돼서 강의실로 향하는데 누가 막 뛰어오셔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이 올라갔다. 보니 기업 대표님이시더라”며 “수업을 듣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셔서 점심도 못 먹고 서울에서 오셨다고 얘기하셨는데 그 순간 소름이 쫙 돋고 그냥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 “기업 대표분들이 바쁜 분들인데도 강의가 끝나면 맥주 한잔 같이하자고 하시면서 계속 궁금한 점을 물어보신다. 기업 대표님들이 이번에 제주도에서 이런 기회를 만들어서 너무 좋다고도 하시고, 서로 네트워킹하며 모르는 점도 많이 공유한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도내 기업들이 IPO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수도권에서도 이러한 플랫폼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제주도과 제주은행과 함께 선도적으로 기업 상장 클래스를 선도적으로 한 것이 너무 고무적이고, 제주 기업에 큰 혜택”이라며 수도권에서도 쉽지 않은 기업상장 클래스를 많은 어려움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지자체와 테크노파크 그리고 제주은행의 열의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교수는 “기업 상장이라는 것은 그것으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결국 기업의 성장 전략이 중요한 것”이라며 “제주도의 상장 기업 20개 육성·유치 공약 또한 제주의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뜻 아니겠나. 인재들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주 기업 육성을 위해 제주도가 하는 올바른 정책이 아닐지 싶다”고 말을 마쳤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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