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넘어야 할 언덕
함께 넘어야 할 언덕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9.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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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논설위원

많은 사람이 언덕을 오르는 이유는 높은 곳에서 시야를 가리지 않는 탁 트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풍경을 마주하는 일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다. 홀로 가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정상에 선다면 기쁨과 환희는 더 커질 것이다.

언덕을 올랐을 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기대하면서 언덕을 오르는 과정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우리는 수많은 난관의 언덕을 넘어왔다. 대략 100년 기간 동안 일어난 사건으로 나라를 빼앗긴 설움의 시기인 일제강점기,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 외환위기인 IMF시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코로나19 등의 난관이 있었다.

바이러스로 사랑하는 가족, 동료, 친구를 잃는 상실의 슬픔과 아픔을 이겨냈다. 안갯속을 지날 때처럼 앞이 보이지 않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암울한 시간을 서로 격려하며 극복하였다. 가족조차도 감염을 피하려고 거리를 두어야만 했다. 외로운 투쟁의 시간은 우리가 올라가야 할 언덕으로 가는 시간을 지체하게 했지만 우리는 또 함께 시련의 언덕을 넘어왔다.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낭독된 축시다. 이 시를 낭독한 시인은 미합중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한 여섯 번째 시인이자 미국 최초의 청년 계관 시인인 22세의 어맨다 고먼(Amanda Gorman)이다. 

어맨다 고먼의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의 일부를 옮겨본다. ‘우리가 자비에 힘을 더하면/힘에 정의를 더하면/사랑이 우리의 유산이 되리란 것을/변화가 되고/우리 아이들 탄생의 권리가 되리란 것을. (중략)항상 빛은 존재하기에/우리가 그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다면/우리가 그 빛이 될 용기만 있다면.’ 

오프라 윈프리는 어맨다 고먼의 시집에 쓴 서문에서 ‘지켜보던 모든 이가 희망으로 가득 차서 떠났다’라면서 ‘그 말이 우리 상처를 치유했고 우리 영혼을 부활시켰으며 태양이 끝을 모를 어둠을 뚫는 것을 우린 느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언덕을 함께 넘어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승자독식,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간다.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이 있다면 어떤 고난과 시련이 닥쳐도 이겨낼 힘이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가족이 해체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제주지역 3가구 중 1가구가 나 홀로 가구다. 

우리라는 말은 정감이 넘치면서도 소속감이 들게 한다. 우린 다양한 공동체에 소속되어 살아가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먼저 싹튼다면 사회적인 갈등 또한 많이 해소될 것이며 개인적인 고립감으로 인한 사회 문제도 예방될 것이다.

사회 공동체 안에는 다양성이 존재하며 다양성 속에서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범과 규칙이 있다. 다양성의 부조화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특효약은 없지만 우리가 함께 발전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건전한 사고와 건강한 정신이 깃든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남을 배려하고 섬기는 인성교육을 강조하지 않으면 1인 가구의 비중은 더 증가하게 될 것이다. 

거리두기 없이 자유로움 속에서 풍요로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번 추석이 참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우리라는 결속으로 언덕을 넘어온 고마운 사람들 덕분이다. 참 감사한 추석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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