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만에 대전 골령골서 제주 4·3희생자 신원확인
74년만에 대전 골령골서 제주 4·3희생자 신원확인
  • 김동건 기자
  • 승인 2023.09.25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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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외 지역 발굴 유해 신원확인 이번이 처음
10월 4일 제례 후 5일 봉환식 등 개최 예정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2021년 12월 17일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대전 골령골에서 진혼제를 봉행해 4·3영령을 위로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자료사진.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2021년 12월 17일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대전 골령골에서 진혼제를 봉행해 4·3영령을 위로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자료사진.

생사를 알 수 없던 행방불명 제주 4·3희생자의 신원이 74년 만에 대전 골령골에서 확인됐다.

도외 지역에서 4·3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도외지역 발굴유해 4·3희생자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을 통해 대전에서 신원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4·3희생자는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1441구의 유해 중 1차 시범사업으로 유전자 감식을 실시한 70구 중 1구로 확인됐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에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으로 알려졌다.

유해는 2021년 골령골 제1학살지 A구역에서 발굴돼 현재 세종추모의집에 안치돼 있다고 제주도는 설명했다.

신원이 확인된 고(故) 김한홍씨는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으로 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서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말 군에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소문에 자수해 주정공장수용소에 수용된 후 아무런 소식을 알 수 없게 됐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수형인 명부에는 김씨가 1949년 7월 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한 사실이 등재돼 있다.

이에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지역에서 74년간 잠들어 있던 김씨를 최고의 예우로 고향으로 맞이할 계획이다.

김씨의 유해는 오는 10월 4일 유가족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행정안전부 관계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인계 절차를 거쳐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제례를 진행한 후 화장해 다음 날 항공기를 통해 제주로 봉환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김씨의 유해를 제주로 봉환한 이후 유해 봉환식과 함께 희생자를 위령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신원확인 보고회를 같은 날 개최할 계획이다.

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협업을 통해 대전 골령골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고, 행방불명 4·3희생자를 포함한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공동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번에 도외 지역에서 행방불명 4·3희생자의 신원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돼 무척 뜻깊다”라며 “도내는 물론 광주, 전주, 김천 등 도외 행방불명인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사업도 타 지자체 등과 협업해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유해 발굴 후 신원이 확인된 4·3희생자는 도내 141명, 도외 1명 등 총 142명이다.

김동건 기자  kd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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