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9.2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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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작금의 대한민국에는 개별적 존재를 강조하는 ‘나’만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임을 나타내는 ‘우리’가 없는 것이 커다란 문제다. ‘우리’가 없는 사회가 계속될 경우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사이에는 갈등이 고조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 갈수록 증가하다가 결국에는 폭발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일정한 경계가 설정된 공간 안에서 종교, 가치관, 규범, 언어, 문화 등을 상호 공유하고 특정한 제도와 조직을 형성해 질서를 유지하며 남녀 사이의 성적 관계를 통해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면서 존속해가는 인간 집단이다. 사회에 속하는 모든 조직은 그것을 발전적으로 유지하면서 성장시키기 위해 일정한 상호작용이 꼭 필요한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별적 특성을 강조하는 ‘나’와 상대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관계성의 ‘우리’는 사라지고 이기적인 ‘나’만 강조되면서 상대의 희생과 양보만 강요하게 되어 더욱 위험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시작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내로남불’이 대표적이다.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올바르고 정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남이 하면 무조건 잘못되었거나 틀렸다고 여겨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으면서 갈등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정치권이나 통치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런 행태가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을 본 일반인들이 아무런 죄의식이나 심리적 부담감 없이 그것을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가 크게 후퇴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국가 통치자가 일반인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고소를 일삼고, 장관을 비롯한 고위직 인물들이 죄를 짓고 받는 벌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행위 등은 모두 내로남불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이런 인식은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갑질로 이어지면서 공교육의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태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나의 아이만 소중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철저한 이기주의에 근거한 일부 학부모의 몰상식한 행동들은 아이들과 교사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교육 현장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치면서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에 진출하면 그들의 사고와 행위들 역시 모든 초점을 ‘나’에게 맞추게 되고, 그것이 사회적 흐름을 형성하면서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조직이나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월화나 목금 등에 연차를 내어 주말과 연계해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것들 역시 ‘나’밖에 모르는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사라질 민족으로 해외에서 평가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출산율의 저하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희생을 담보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힘든 일을 할 의무와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역시 내로남불이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 희생보다는 자신의 권리만을 강조하는 사회는 퇴보하여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참혹한 미래를 머지않아 직접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의 현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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