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 저력 몸소 입증한 '오뚝이'…재외도민 결집 '앞장'
제주인 저력 몸소 입증한 '오뚝이'…재외도민 결집 '앞장'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9.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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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인] 6. 허능필 재외제주특별자치도민회 총연합회장

제주인의 DNA는 특별하다. 육지와 고립된 섬이자 변방이라는 약점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극복하면서 그 삶의 궤적을 DNA에 새겼다. 그리고 DNA에서 발현된 제주인 특유의 정신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근본(根本)’이다. 공생을 위한 수눌음,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는 지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등은 제주인의 결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 대전환의 시대에 제주인의 정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래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무한 동력’인 제주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본지는 올해에도 제주인 발굴 프로젝트 ‘2023 제주&제주인’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지난 15일 서울도민회 사무실에서 만난 허능필 회장이 제주인의 저력을 설명하고 있다.

허능필 재외제주특별자치도민회 총연합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탐라랩테크’라는 중소기업을 견실하게 운영하는 기업인이다. 

군 복무 시절 교통사고, IMF 외환위기 등 그 앞에 놓인 시련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극복하며 제주인의 ‘저력’을 몸소 증명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제주인의 저력을 세계로 뻗치는 데 힘쓰고 있다. 다음 달 6일부터 8일까지 제주시 애향운동장과 제주도 일원에서 열리는 ‘제2회 세계제주인대회’를 통해서다. 

# 갖은 시련 극복해 낸 ‘오뚝이’

허능필 회장은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6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방황하게 되고, 이때 어머니에 의해 천안으로 보내져 천안북일고로 진학해 졸업했다. 

허 회장은 1979년 충남대 수의학과에 입학했으나, 군 복무 당시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쳐 3년 동안 병치레를 하면서 복학하지 못했다. 

다시 학력고사를 치러 제주대 법학과에 입학, 졸업한 그는 1994년 부산에서 무역회사 ‘탐라랩테크’를 설립, 본격적으로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식품 잔류 농약, 바이러스 검사 측정 장비를 수입해 관공서에 납품하던 그는 1997년 IMF 외환 위기에 따른 환율 급상승 여파에 위기를 맞았지만, 해외 업자들과 쌓아 놓은 두터운 신뢰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거친 환경에서 성장하며 몸에 밴 제주인의 ‘인내심’과 ‘강인함’ 덕분이었다. 

허 회장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중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재경대정향우회장을 맡으면서 제주도민회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2월 회장 선거에서 서울제주특별자치도민회장으로 당선됐고, 지난 6월에는 제13대 재외제주특별자치도민회총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돼 재외도민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 제주인의 저력 세계로…“청년층 교류 필요”

재외도민연합회의 올해 핵심 사업은 다음 달 열리는 ‘제2회 세계제주인대회’다. 국내 제주인뿐만 아니라 해외 거주 제주인 400명 이상이 제주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 서울도민회 사무실에서 만난 허능필 회장은 “예산 부분에서 어려운 점이 있어 화합 분위기가 잘 조성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된다”며 “외국에서 오신 분들을 저희가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커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능필 회장은 이어 “제주 인구는 70만명이고, 해외 제주도민은 65만명으로 추산돼 둘을 합쳐야 135만명, 140만명이 된다. 다른 지역보다 제주의 인적 네트워크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이어 “청년 재외도민들간의 네트워크가 거의 없어 청년 세계인대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재외도민연합회나 서울도민회에서도 청년층의 도민회 참여나 도민회 활성화를 위
한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허 회장은 이와 맞물려 청년층의 도민회 참여를 독려하고자 올해 서울도민회의 날 행사를 기존 체육대회 형식 대신 제주어 장기자랑을 곁들인 ‘문화축제’로 기획하고 있다.  2~3세대 재외도민과 ‘제주인’의 정체성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허 회장은 아울러 주식회사 ‘제주도민장터’ 추진을 통해 고향 제주를 돕고자 나서고 있다. 제주지역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을 제주지역 제품을 ‘제주도민장터’ 쇼핑몰로 판매하면서 우수 제주 제품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허 회장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제주는 청정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잘만 운용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음 달 오픈을 준비하고 있고, 내년 1~2월 제주에서 사업 설명회를 예정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본격적으로 도민장터가 운영되고, 제주도민 소득 증대와 연계되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제주인 발전 위해 시야 넓혀야 

허능필 회장은 “제주인의 조냥 정신, 인내심, 지혜는 저력으로 꼽을 만하지만 그 지혜를 좀 포괄적으로 생각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배타심을 극복하고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허 회장은 “특히 상권을 거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빼앗겨 버린 것, 부동산 투자이민을 너무 쉽게 허용한 점 등이 되돌아보면 굉장히 아쉽다”며 “미래에 제주를 돌아보면 이런 부분을 역사가들이 지적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허 회장은 이어 “제주도를 위해 리더를 한다고 나서시는 분들이 진정한 ‘리더’로 자임하고 있는가를 한번 묻고 싶다”며 “제주도가 잘 돼야 주민들도 잘 되지 않나. 위정자 같은 리더는 뽑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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