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통 교악대...팀워크ㆍ상호존중으로 쌓아온 '금빛 선율'
36년 전통 교악대...팀워크ㆍ상호존중으로 쌓아온 '금빛 선율'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3.09.19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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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교악대 7. 남녕고등학교 교악대

1987년 창단돼 36년 역사를 이어온 남녕고 교악대는 선후배 간 우정과 실력을 쌓으며 합주의 즐거움을 배워나가고 있다.

특히 청중 대부분이 학생인 걸 감안, 보다 친숙하고 다양한 선곡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지난 7월 정기연주회에서는 알토 색소폰을 든 한 단원이 솔로 주자로 나서 ‘명탐정 코난’ 주제곡을 멋스럽게 연주했고, 해당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조회수 4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 활발한 교내ㆍ외 활동, 악대 활성화

남녕고 교악대가 합주하고 있다. 사진은 남녕고 교악대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남녕고.

남녕고 교악대는 1987년 10월 남녕고 1, 2회 교악대원 50여 명이 악기를 잡은 지 6개월 만에 발대식을 개최했다.

남녕고보다 몇년 빨랐던 타 교악대에서는 하지 못한 대단한 열정과 실력이었다는 동문들 증언이다. 현재는 54명 단원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들 교악대는 교내 행사로 매년 3월 신입생을 위한 환영 음악회를 31년째, 7월 정기연주회를 35년째 열고 있다.

특히 정기연주회는 1996년부터 한때 공연 규모를 ‘시민과 함께하는 청송열린음악회’로 확장, 지역사회에까지 음악을 보급하기도 했다.

현재는 개교기념일을 전후로 교악대와 학부모 합창단이 함께 교내 무대에 서고 있다. 교외 활동으로 제주관악제, 제주국제관악제 등에 참가하고 있다.

이외 각종 문화, 의식행사에 참여 중이다.

남녕고 교악대는 1992년 대한민국관악제가 제주에서 개최됐을 때 고등부에서 유일하게 제주 대표로 참가했고, 이듬해 제주관악제에 참가하면서 교악대가 활성화됐다.

1994년 일본 하마마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관악제에 한국 대표로 제주고교연합악대가 참가할 때 구성원으로 참여했고, 1995년부터 제주국제관악제에 매년 참가해왔다.

교악대 창립 10년 뒤인 1997년 동문회가 결성됐고, 같은 해 제1회 남녕동문음악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맥이 이어지고 있다.

남녕고 교악대는 1987년 10월 남녕고 1, 2회 교악대원 50여 명이 악기를 잡은 지 6개월 만에 발대식을 개최했다. 사진은 발대식 장면. 사진제공=남녕고.

■ 여러 소리 모여 하나 되는 즐거움

남녕고 교악대 방경민군과 정민경양이 본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교악대라는 하나의 사회 속에서 연주하며 사제간에는 테크닉을, 선후배간에는 재미를 나누죠.”

남녕고 교악대 단원들은 평일 점심시간마다 악기 연주를 연습하며, 여러 소리가 모여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

교악대 총악장을 맡고 있는 2학년 단원 방경민군(알토 색소폰)은 입단 계기로 “초등ㆍ중학교 때 교악대 생활을 거쳐 고교 때도 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음악 선생님에게서 교악대 위치를 안 뒤 점심시간 선배들이 연주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찾아갔다가 자연스레 분위기에 흡수됐고,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의 단원 정민경양(호른)은 “1학년 때 친구가 먼저 교악대 생활을 했고, 제게 연주하며 스트레스 해소에 좋았다고 추천해 올해 새로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현악기인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는 했지만 관악기는 처음이었다”며 “호른을 알고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배워보니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방군은 관악의 매력으로 “처음 악보를 받으면 제 파트 밖에 안 적혀 있다. 따라서 합주 전에는 최종적으로 어떤 멜로디의 소리가 날지 알 수 없다”며 “그러다 함께 모여 소리를 맞추면 비로소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예쁜 소리가 난다. 이것이 합주의 매력인 것 같다”며 “교악대 생활로 다른 친구들이랑 소리 합도 맞춰보고 제 생각을 더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회에 나가서도 총악장의 경험을 살려 일을 주도하고, 음악과 함께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양은 “새 악기를 배우며 새 도전을 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해볼만 한 것이었다. 앞으로 새 도전을 하는 데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교악대 생활은 음악뿐 아니라 사회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작년에 학교 적응이 어려워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올해 교악대에 들어오고 난 뒤에는 단원들 간 서로 마음도 잘 맞고, 악기도 불면서 힘들 때 큰 위로가 됐다”며 “교악대에 와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친구들과의 트러블에 있어 조화롭게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깨달았다. 사회에 나가서 문제가 생길 때 이를 기반으로 중간자로서 지혜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교악대 기본은 팀워크와 상호존중

남녕고 교악대 대표 로고. 사진제공=남녕고.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포괄하는 효과적 교육 도구죠.”

박우람 남녕고 교악대 지도교사는 튜바를 전공한 관악인이다. 본교 교악대 출신인 그는 졸업 후 20년 간 동문회 활동을 해오기도 했다.

박 지도교사는 “교악대, 관악단 등이 넓게 분포된 제주 특유의 관악문화는 도내 문화발달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학교 및 지역사회에 지속적 영향과 혜택을 줬다”며 “저 또한 교악대 활동으로 음악을 시작한 해당 문화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남녕고 교악대와 타 교악대와의 차이점으로 “우리 교악대는 아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포괄한다”며 “예술적 음악은 레파토리의 필수적 부분이지만 팝, 월드뮤직, 영화, 뮤지컬,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탐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지도교사는 교악대 생활로 학생들이 얻어갈 수 있는 수확으로 “악기를 배우려면 꾸준한 연습과 인내력이 요구된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자기관리 역량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다”며 “또 오케스트라 활동은 팀워크과 존중을 통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타인과 존중과 소통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협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교악대 활동을 통해 아름다움을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또 이를 계발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을 지도하며 느끼는 보람으로 “학생들이 처음에는 악기를 다루는 것에 어려워하다가 지속적인 연습과 노력 끝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음악적 성취를 이뤄나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차다”며 “또 합주활동에서 서로 팀워크를 발휘하며 조화롭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저도 함께 학생들과 성장한다고 느낀다. 음악교사만이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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