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도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9.18 1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제주시 문화원 소속 제주실버합창단은 지난 1일 경남 거제시 주최 전국합창경연 대회에 참가 했다. 올해로 17회를 맞고 있는 이 대회에 전국에서 19개 팀이 참가를 신청을 했다.

나는 제주실버합창단의 지휘자로서 이미 전국대회에서 수 차례 심사위원을 한 경험이 있기에 이 대회의 수준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실력으로는 무리라는 생각에 몇 번이고 만류를 했다. 그러나 참가를 희망하는 단원들의 요구에 반주자를 설득시키고 연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참여곡은 자유곡 두 곡이었다. 나는 우리의 실력에서 그나마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한 곡은 조성음악으로 또 한 곡은 현대음악으로 준비를 했다. 최병철 작곡의 ‘아지랑이’와 김규현 작곡의 ‘삼수갑산’이다. 위의 두곡은 전국대회에 출전을 해도 괜찮다는 나름의 선곡이었다. 이제 6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단원들은 처음으로 마주한 현대음악에 아연실색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지휘자의 말을 철저하게 따라 준 단원들에게 감사를 하면서 연습에 들어갔다. 한주에 두시간 연습을 하다가 모자란 듯 하여 세시간을 연습했다. 그래도 부족한지 이틀을 다섯 시간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단원들은 순수한 아마추어들이었다. 전공자 한 명도 없이 진행이 됐다. 순수한 단원들의 전국합창경연대회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매회 연습시에 빠지는 단원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출근을 했다.

단원들의 나이 때를 보면 67세부터 85세까지이며 평균 76세이다. 이미 각 가정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불리고 있을 노인들이지만 이곳에서는 한참 젊은 청춘들이다. 6개월 간 두 곡만을 하기가 무리인 것은 알지만 처음 시작하면서 간단한 운동을 하고 그 후에 발성연습을 하고 하다가 보면 20~30분 소요가 된다.

나는 연습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의자에 앉아서 연습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원들에 대한 예의로서 그렇게 한 것이다. 몇 번이나 의자에 앉아서 해도 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나는 그대로 진행을 했다. 출발을 하는 주(週)에 경연 무대의 입장과 퇴장을 몇 번이나 연습을 하고 의자와 보면대도 없이 경연대회의 무대처럼 연습을 반복했다.

드디어 경연대회 하루 전날인 8월 31일 제주공항에서 부산으로, 그리고 거제시로 출발을 한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버스 두 편에 분승하여 60여 명의 단원과 제주문화원 직원들과 함께 거제시로 향한다.

거제문화예술회관에 도착했다. 20분의 시간동안 연습을 마치고 숙소로 간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연습을 했다. 피아노 대신에 거제시의 중학교 음악 선생인 후배에게 전자 오르간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해서 반주로 대신했다.

경연장으로 출발을 한다. 회장과 사무국장이 참가해서 순서를 10번째를 뽑았다. 경연이 시작됐지만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리허설을 한다고 앞의 경연 팀의 연주를 보질 않았다. 우리 순서가 돼 연습을 한대로 단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차분하게 정열을 하고 이윽고 시작이 됐다. 경연 곡이 두 곡이지만 그동안 열심히 한 것이니 만큼 암보를 하여 어려운 현대음악인 ‘삼수갑산’을 차분하게 공연을 했다. 이전의 연습 때보다 훨씬 연주를 잘 했다.

결과는 14위였다. 연세에 비해서 잘한 순위였다. 단원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수고했다’는 인사를 했다. 그러나 단원들의 아쉬움은 계속 됐다. 평균 연령이 76세, 처음에는 도무지 할 것 같지 않았던 실력이 당당히 전국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겨룬 단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많은 시간을 흐트러지지 않게 보낸 실버합창단 단원 모두에게 찬사를 드린다. 우리들의 조용한 ‘아름다운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