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과 반국가 행위
인구 소멸과 반국가 행위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09.13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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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1960년대 정부가 내건 산아 제한정책 캐치프레이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도 동급이다. 계획경제 시절 가족계획에 따라 1970년대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도 등장했다.

정책은 성공적이었다. 19606.0명이던 합계출산율은 19832.1, 19981.48명 등으로 급속히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얼마 없어 대한민국은 저출산 국가 단계로 진입했다. 출산 정책은 180도 바뀌었다. 정부의 표어(포스터)하나는 부족하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2006년 세계적인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이 인구 소멸로 사라지는 세계 최초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지난해 0.75명보다 0.05명 줄었다. 제주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사상 처음 0.7명대로 떨어졌다. 20175037명이던 도내 출생아 수가 지난해 3599명까지 줄면서 인구 소멸 시계가 빨라졌다. 인구 자연증가는 20171299명에서 20221204명으로 뒤집혔다. 데드크로스에 가속이 붙었다. 통상 연말에 출생아가 감소하는 만큼 자칫 올해 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지 모른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하락은 끝이 없다.

최근 방한한 콜먼 교수는 한국에 올 때마다 출산율이 매번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 놀랍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다. !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저출산에 초고령화가 겹친 인구 재앙이 도래했다. 국가 존립 자체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콜먼 교수는 “(대한민국은)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여성의 교육·사회 진출이 확대됐지만 가사노동 부담은 가중되는 가부장제와 가족중심주의가 계속되고 있다. 교육 격차는 줄어들고 있으나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게 존재하며, 과도한 업무 문화와 입시 과열 등 교육 환경도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며 여성에게 결혼이 결코 매력적인 생활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저출산에는 사회적 모순이 응축돼 있다. 교육 수준과 경제 참여, 노동시간, 자살률 세계 1, 사교육 열풍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사회 심리적으로 사람은 경쟁이 심해지면 전쟁재난 발생 때처럼 안전을 위해 출생이나 결혼을 미루는 경향과도 맞아떨어진다.

저출산 정책 전반에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으로, 이른바 MZ세대가 처한 상황과 가치관의 변화를 놓쳐선 안 된다. 이들을 대변하는 워라밸이나 욜로족, 공정 등 트렌드와 키워드를 직시해야 한다.

MZ세대는 산업화민주화세대, 베이비부머XY세대와 같은 태생적인 트라우마 없이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자유를 만끽하며 자랐다. 행복과 충돌한다면 돈을 준다고 해도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다. 미상불 N포세대 아닌가. 연애와 결혼, 출산, , 직장 등을 포기한 것도 MZ세대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일 수 있다.

여성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결혼과 출산은 여성 자신은 물론 배우자의 일자리, 앞으로 태어날 후세의 미래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내리는 중대 결심의 산물이다. 일과 가정의 불균형 문제, 경력 단절, 육아 부담 등에 대한 해결책이 뒷받침 돼야 하는 이유다.

곧 추석이다.

명절날 기성세대들이 꼰대~라떼내공을 모아 젊은이들에게 결혼해라”, “취직해라”, “애 낳아라하고 압력을 넣는 건 망발을 넘어 윤석열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인 반국가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 MZ세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독여줘도 모자랄 판에 답정너방향을 제시하고 억지로 등을 떠민다면 그들은 반발하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돌진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때 인구 절벽과 소멸을 거쳐, 반세기 전 초만원을 걱정하던 삼천리가 텅텅 비면서 한국이란 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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