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설사와 해설사양성과정
문화해설사와 해설사양성과정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9.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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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올해 초 대만을 여행할 기회가 있어 한 여행사이트를 통해 타이베이 시내를 돌아보는 워킹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보았다.

참가비가 따로 없고 투어 후 약간의 팁만을 주는 방식이어서 내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모임장소에 갔다. 참가비가 없으니 적당히 해설하고 쇼핑센터나 데리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다. 현장에는 20, 30대가량의 젊은 해설사 두 명이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게 한 후 투어를 시작했다. 

투어는 오전, 오후 두 번으로 진행되었으며 타이베이 시내의 주요 건축물과 재래시장 등을 모두 8시간가량 돌아보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처음의 우려와 달리 해설을 맡은 가이드는 매우 성실하게 우리를 안내했다. 외국어는 기본이고 타이베이 건축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설명, 그리고 치밀하고 매끄러운 동선 등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준비가 잘 되어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건축물 관계자나 재래시장 상인들 역시 노쇼핑이었음에도 짜증 내는 기색 없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렇게 워킹투어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각자 성의껏 해설사에게 팁을 건네주었다. 정해진 금액이 없는 말 그대로 감동후불제였다. 타이베이 도시문화를 이해하는 유익한 체험이었음은 물론 해설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 순간이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 환경적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독특한 지역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일상의 현장에서 그 흔적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런 흔적들은 유·무형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마을의 건축물이나 타이베이 생활양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당이나 전통가옥, 또는 굿이나 향약 같은 것들을 한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마다 설촌(設村)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변화과정에 많은 사연과 우여곡절을 지니고 있다. 사실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려면 먼저 해당 마을의 생활문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때 마을해설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현재 도내에는 숲 해설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해설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행객은 물론 학교나 단체 등 이들에 대한 수요 역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해설사들의 역할과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해설사가 되기 위한 자격조건도 과거에 비해 많이 까다로워졌다. 해설사를 단순한 자원봉사자로 보는 시각도 이제는 거의 사라진 듯하다. 때로는 해설단체 간의 영역다툼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센터 설립을 비롯해 통합해설사(제주해설사) 논의가 정책 간담회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필자 역시 지자체가 분산되어 있는 민간 해설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기본교육과정과 세부교육과정으로 해설사 자격제도를 통합운영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해설사가 되기 위한 기본소양이나 자질, 방법 등을 공통적으로 이수하고 숲이나 지질공원, 문화관광, 마을해설 같은 세부 전문 분야를 선택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해설사 양성과정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 나아가 관광문화산업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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