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봉낙조와 사라봉대가 설치됐던 사라烽오롬
사봉낙조와 사라봉대가 설치됐던 사라烽오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9.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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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사라烽오롬
영주10경의 하나인 사봉낙조와 사라봉 오롬 끝에 세워진 등대가 보인다. 김남규 사진작가 제공
영주10경의 하나인 사봉낙조와 사라봉 오롬 끝에 세워진 등대가 보인다. 김남규 사진작가 제공

 

제주시 건입동 387-1번지(사라봉동길 74)에 위치한 사라오롬은 제주시 사라봉(紗羅烽)에 조성된 공원과 일치하는 오롬이다. 이곳은 제주시 해안일주도로와 연결되어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가 조화된 아름다운 오롬이다. 일찍이 조선 시대부터 이곳은 영주십경(瀛州十景) 중에 성산일출에 이어 두 번째로 불리는 사봉낙조(紗峰落照)로 손꼽히는 곳이다.

사라봉 망양정에 올라서 보는 사봉낙조는 제주 시내의 야경과 더불어 제주항을 오가는 선박들과 먼바다 배들의 아련한 모습도 볼 수 있는 곳이다. 사라봉은 제주시에서는 가장 오래된 공원으로 제주 곰솔과 제주산 상록수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봄철의 왕벚나무 꽃과 계절의 무관한 신록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제주의 대표적 경관 중의 하나이다.

역사적으로 사라봉은 조선 시대에 형성된 제주 3성 9진 25봉대 38연대의 시점으로 제주(목)성의 직할 봉화대(봉대烽臺)가 설치된 곳이다. 이 사라봉 봉대는 봉군 36명이 배치된 제주에서 가장 큰 봉대로 동으로 원당봉대(원당봉)과 서로 도원등대(도두봉)와 교신하는데 그 중간에 수근연대(修近煙臺)가 있었고 수근연대는 동으로 별도봉, 서로는 락부(濼腐)연대와 교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 침략기에 사라봉은 8개의 동굴 진지가 축조되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 전까지 축조되었던 진지는 제주항으로 접근하는 연합군의 함대가 접근 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정드르 비행장(현, 제주공항)과 조천읍 신촌리에 건설되던 진드르 비행장으로 접근하는 연합군 공군기를 제어할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제주에 사라오롬이라고 불리는 곳은 두 곳이다. 그중 하나는 제주시 건입동 소재의 사라봉이라 불리는 오롬이고, 또 한 곳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산 2-1번지에 있는 사라오롬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중에 제주시 사라봉은 조선 시대에 들어와 봉화가 설치되며 사라봉이라고 불려진 곳이이게 필자는 이를 사라봉오롬이라 하며, 또 한 곳의 사라오롬은 한라산국립공원에 위치한 곳으로 성널오롬(성판악)으로 탐방을 시작하는 깊은 산 중에 있다.

사라봉의 ‘라’는 불교용어로 네팔에 사라의 ‘라’나 미얀마어에서 ‘라’는 ‘나한 아라한’으로 쓰였고, 태국어에서도 라는 ‘라한’의 뜻이다. 이는 범어 불교의 나한(luóhàn罗汉=阿罗汉)으로 중국어에서도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탐라·한라·아라·오라의 ‘라’도 같은 뜻으로 ‘나한’의 뜻과 같다. 나, 나한, 아라한의 ‘나/라는 생사를 이미 초월하여 배울 만한 법도에서 얻게 된 경지의 부처’를 일컫는 말이다.

‘탐라(耽羅)’의 ‘탐’은 ‘즐기다, 기쁨을 누리다, 귀가 크게 처지다, 즐기고 좋아하다’라는 불교적 의미로 보인다. ‘한라(漢拏)’의 ‘한(漢)’은 ‘크다, 은하수, 사나이’라는 뜻이고, 오라동의 ‘아!’와 아라동의 ‘오!’는 감탄사로서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인다. 여기서 탐라·한라·아라·오라의 ‘라’는 한자로는 각기 다른 글자로 쓰였으나 이는 모두 음차일 뿐 ‘나한-아라한’의 ‘라’를 말한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사라오롬’은 제주가 탐라로 불리던 시대, 제주 중심의 한라산이 이름이 지어지던 시대에 불려진 명칭이라는 것을 볼 때 제주에서 제일 처음으로 이름 붙여진 곳으로 보인다. 제주에서 제일 오래된 오롬 기록인 19세기 중반, 조선 시대 이원조가 쓴 ‘탐라지초본(耽羅誌草本)’ 산천(山川)조 82개의 오롬(현재는 368개로 봄)이 기록되었는데 이 기록에서도 이원조는 사라악(紗羅岳)이라고 등재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라오롬은 아마도 고려 이전 시대부터 불리던 오래된 이름으로 본다.

사라봉 공원의 사라오롬의 ‘사’는 모래 사(沙)자를 씀이 옳다고 보는 이도 있는데 이는 사라오롬은 바닷가에 있는 오롬으로 겨울에는 북풍으로 모래가 이 오롬에 막혀 이 오롬이 점차 오늘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사라봉의 ‘사라(紗羅)’로 쓰였는데 이는 깁사(紗)로 ‘엷고 가는 견직물, 외올실, 합사하지 아니한 실, 미미하다’ 라는 뜻이다,

그러나 굳이 한자로 쓰인다면, 즉 국제적으로 한어를 쓰는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것이라면 ‘사라(娑羅)’라고 쓰여야 한다. 여기서 ‘사(娑)는 출 사’라는 뜻인데, 실제는 범어(梵語) 사(Sa)의 한국식 한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춤추다, 옷이 너울거리는 모양’을 말한다. 이는 마치 비단옷이 바람에 너울거리는 모양을 말하는 것으로 사봉낙조의 의미를 잘 표현해 준다고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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