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시대를 극복하는 새로운 가치
극단의 시대를 극복하는 새로운 가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9.0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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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 열린도시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샹바오 소장의 ‘주변의 상실_방법으로서의 자기’를 읽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 국가, 지역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가느다란 힌트를 얻은 느낌이다.

샹바오 소장이 말하길 현대인들은 자신의 주변 세계를 돌아보지 않고 버리고 떠나야 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중국을 예로 들고 있지만 지금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지방, 지역의 힘을 대도시로 집중함으로써 급속한 국가 발전의 기반이 되었지만 결국 지역으로서의 잠재력을 상실하여 그 결과 인구가 줄어들고 지방이 소멸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주변이 상실되는 이유는 뭘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다양한 사회적 층위를 가진 존재이다. 샹바오 소장은 이런 다층적 개인들이 사회 안에서 길항관계를 유지한 채 통합되어야 하지만 오늘날에는 분열이 생겨서 개인과 거대 담론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중간 지점, 즉 자신의 부근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주장을 한다. 즉 자기 자신이나 가족 아니면 전 세계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배달 라이더의 예를 들고 있는, 원래 우리 주변에는 동네 단위의 배달 플랫폼이나 중식당의 자발적 배달 등 소규모 플랫폼이 있었고 이런 동네 단위 배달 플랫폼은 주변과의 관계성을 통해 배달 이상의 서비스를 하는 등 주변이라는 생태계를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은 상인과 소비자 사이의 관계성이라는 중간 지대를 사라지게 했고, 결국 주변의 소실을 가져오게 되었다. 택시 플랫폼이나 대리운전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관계가 기술로 전이된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중간이 크게 번영했지만 정신사회의 측면에서는 미약해졌다고 샹바오 소장은 말하고 있다. 결국 중간의 상실, 주변의 상실은 양극단만 남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샹바오와 대담을 하는 쉬즈위안은 ‘새로운 야만’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를 한다. 상호 존중, 공감과 같은 시민의 미덕은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들인데 지금처럼 즉각성이 추구되는 세상에서는 어떠한 공감이나 이해 능력을 키울 필요가 없어졌고 어쩌면 사람들이 동물적이고, 야만적이며 본능만 추구하는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는 기술이 아닌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의 유지가 필요하다. 이를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사회적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으려면 바뀐 시대에 어울리는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에 관계가 이루어지던 요소인 혈연, 지연, 학연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한다. 인권, 환경 등의 고전적이면서도 본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을 구성하고 있는 의식주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취향이 새로운 시대의 가치이다. 이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생산해내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지역 공동체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박제화되어가는 과거의 가치를 현대적 가치로 재생산하고,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로 중간지대와 주변을 채운다면 극단의 시대를 벗어나 관계에 기반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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