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오롬이라 불린 곳, 세미 안팎을 나눈 형제오롬
명도오롬이라 불린 곳, 세미 안팎을 나눈 형제오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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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안세미오롬
안세미오롬 남쪽에서 바라보면 팽나무와 자귀나무 사이로 한라산이 보인다.
안세미오롬 남쪽에서 바라보면 팽나무와 자귀나무 사이로 한라산이 보인다.

제주시 일주동로에서 우회전해 거로사거리번영로에서 봉개동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나가면 비자림로를 잇는 명림로로 들어선다. 명림로에는 여러 개 오롬들이 있는데 번영로()-칠오롬()-안세미·밧세미()-큰노로손이·족은노리손이()-4·3공원()-절물/큰대나·족은대나()-봉개민오롬()-비자림로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5·16도로, 좌회전하면 교래리 방향이다.

오롬 명칭에 세미()’가 붙은 곳은 식수로 사용하던 곳으로 세미라는 말이 없어도 샘이 있던 곳들이 많지만 세미() 명칭이 붙은 곳은 거슨세미(송당), 세미오롬(대흘), 물찻(교래), 안세미·밧세미(봉개), 세미오롬(삼의양), 궷물(장전), 산세미(고성), 물메(수산), 세미소(금악), 정물(금악), 수월봉(고산), 원물(동광), 베릿내(중문), 물영아리(수망), 동수악(한남), 수악(하례) 등이 있다.

안세미·밧세미는 제주시 봉개동의 자연부락인 명도암 마을에 있다. 명도암이라니 절간 이름인가 싶은데 아니다. 이는 김진용의 호()이다. 그는 집성촌을 이룬 한동리 광산김씨 출신으로 과거급제하였으나 입신하지 않고 봉개동 산골에 은거해 평생 훈장으로 후진 양성에 전력했다. 그래서 그가 은거하던 이 마을은 선생의 호를 따라서 명도암이라 했다는데.

명도암은 1703탐라순력도’, 1709탐라지도에 나타나는데 이곳에는 봉개악(봉개오롬)과 명도악(명도오롬) 두 곳이 등장한 것을 보면 오래전에 마을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오창명의 제주도 마을 이름의 종합적 연구에서 명도암이라는 동네가 먼저 있었고 김진용 선생이 들어와 살면서 마음 이름으로 호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명도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오래전 탐라시대에 인도의 발타라존자에 의하여 전래한 남방불교에서 명도암이라는 절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렇다면 볼래오롬의 존자암, 성불오롬의 성보람, 삼양오롬의 불탑사 등의 남방불교 절일 수 있다.

명림로 상에는 안국사라는 절이 있어 주차하고 그 위로 난 좁을 길(왼쪽)을 따라 오른다. 수리대나무가 살랑거리는 언덕, 그 아래는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오동나무를 본다. 절에서 심었을까? 오롬 길에는 팽나무가 많고 꽤 큰 도토리나무도 보인다. 특히 예덕나무가 많이 보이고 머귀낭과 자귀나무 붉은 꽃 사이로 보이는 한라산이 기울어지는 저녁 햇살에 아직은 푸르다.

바로 옆으로 뾰족한 봉우리가 보인다. 밧세미 오롬이다. 두 오롬 간에 50m가 안 돼 보이는데 안세미에서 보는 밧세미는 쭉쭉 뻗은 조림지다. 산 둘레 길을 서쪽으로 도는데 밧세미오롬이 조금씩 보이다가 사라질 때쯤 오른쪽으로 뻗은 길이 보여서 다시 동북쪽으로 걸어간다.

오롬 길에는 큰 담팔수와 더불어 예덕나무가 많이 보이는데 삼나무 소나무 등의 식재된 나무 말고는 가장 많다. 가끔 산뽕나무가 40여 년은 됨직한 곰솔 나무들 틈에 가끔 보인다. 제주 시내에 속한 오롬이라서 그런지 바닥에는 야자 매트가 깔리고 목책이 세워지고 굵은 밧줄도 메어 있고 종종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여러 곳이 눈에 띄어 관리가 잘 되어 보인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그 옆에는 보기 좋은 정자도 보인다. 안세미 정상에서 보는 남쪽전망은 보기 드물게 좋아 보인다. 동쪽으로는 바눙오롬·큰지그리·족은지그리·민오롬, 남쪽으로는 큰개오리·큰대나·족은대나, 그 너머로 서쪽은 한라산 정상인데 그 앞으로는 성진이·물장오리·어후오롬 등의 높고 낮은 오롬들이 한라를 향해 올망졸망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오른다.

풍경에 취해 한참 보라보다가 길을 재촉한다. 북쪽으로 바라보니 제주 시내가 소꿉장난하는 마을 같은 데 정상에서 200m나 걸었을까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올라온 길이라 방향을 바꾸어 북쪽으로 향한다. 다시 정자가 보이는데 삼나무 군락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길게 비탈진 언덕 끝에서 삼나무들이 가득하다. 가만히 살펴보니 북동쪽으로 열린 굼부리다.

비탈진 곳에 계단이 놓였는데 조금 더 가니 구부러진 그 끝에 길이 보인다. 폭염주위보가 내린 날이라서 이마와 등을 타고 흐르는 땀이 질퍽하다. 정상에는 그래도 바람이 조금 있다 했더니 언덕에 가려서 그런지 무풍지대에 쭉쭉 뻗은 삼나무를 보니 땀이 나는 줄도 모른다.

오롬 북동쪽으로 내려오는 숲길에서 바라보는 안세미 작은 습지가 반짝인다. 한두 개 연꽃이 피었고 좌우로는 목책이 둘러쳐 있다. 오른쪽 새 길도 있지만 직진하여 마을을 돌아가 보려 했다. 동백나무 울타리에는 참동백 열매가 조랑조랑하고 오래된 옛집과 우영팟도 보인다. 그러나 이젠 오막살이 초가도 사라지고 박넝쿨도 볼 수 없는 어중간한 산촌만 덩그렇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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