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붕괴, 나라의 위기
교육의 붕괴, 나라의 위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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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만 18세 미만이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계속해서 성장해가고 있는 사람을 미성년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완전한 성인이 된다. 미성년자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이끌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교사라는 세 요소가 슬기로운 조화를 이루면서 힘을 합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교육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회는 점차 피폐해지면서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면 출산율이 낮아져서 그런지 아이에 대한 학부모의 이기심과 관심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져서 교육자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함으로써 학교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거기에다 편향된 이념에 매몰된 정치가와 교육 행정가들은 아이들의 인권과 자유만을 강조하는 법률과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교사가 학생을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한 최소한의 통제마저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교권은 무너지고 학습권까지 침해되면서 빈껍데기만 남은 학교는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자격증을 받는 곳으로 전락했다. 학교에서 전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아이들은 사교육으로 내몰렸고, 교육비의 증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출산율을 낮추는 데에 일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약 25년 전 교육에는 완전 문외한인 인물이 교육부 장관을 맡으면서 시작되었는데, 공교육을 무너뜨림은 물론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른바 거대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었는데, 그것은 내 편에 속한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카르텔이었음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백년지대계로 한 치의 오차도 없게끔 치밀하게 세워야 하는 교육 정책을 이처럼 편파적으로 만들어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를 초래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아이 키우기는 1980년대가 훨씬 좋았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21세기의 학부모들에게서 나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르친다는 뜻을 가진 敎(교)는 본보기로 하는 대상을 본받아 배운다는 爻(효), 아이라는 뜻을 가진 子(자), 손에 회초리를 들고 모양인 攵(복)이 결합한 글자다. 이것은 아이가 본보기로 삼은 대상이나 필요한 지식을 제대로 배우고 본받도록 만들기 위해 일정한 도구와 수단을 써서 인도하고 감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른다는 뜻의 育은 아이를 낳고 먹여서 선을 행하도록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사람들이 제대로 배우고 익혀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주어진 몫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핵심적인 목표로 한다. 교육이야말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전인교육(全人敎育)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인성, 예절, 질서 등에 대한 교육은 가정이, 지식의 전수, 사회성과 공동체 의식의 함양 등은 학교가, 이에 대한 행정적, 제도적 뒷받침은 행정 기관이 해야 하며, 세 구성체는 서로에 대한 간섭과 갑질 등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는 학교의 운영과 교사의 수업에 관여해서는 안 되며, 학생은 스승을 존경하며 따라 배우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행정 기관은 제도적 지원과 교권을 보호하기만 하고 교육 방향이나 내용에 관해서는 결코 관여해서는 안 된다. 이 세 요소가 삼위일체로 되어 움직인다면 우리 교육은 머지않아 정상을 되찾으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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