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에
8월의 마지막 날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30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새 8월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온 삶의 무게만큼이나 할 일은 다 했는지(특히 가족에게), 남에게 ‘민폐’는 끼치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후회와 반성으로 점철된 인생임을 알고는 미안하고 부끄럽고 초라해진다. 그래도 또 다짐해본다. 앞으로는 잘하자고…. 해마다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올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예전 같으면 8월 중·하순쯤에는 더위가 한풀 꺾이는데 여름의 끝자락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열대야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제주지역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40일을 훨씬 넘었다. 기후변화를 그대로 방치하면 앞으로 다가올 여름은 더 뜨거울 것이다. 어제 그제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조금 떨어졌다. 그나마 견딜만하다.  

일본 도쿄전력이 지난 24일 오후 1시3분부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육상에 보관하거나 기체화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바다로 내보내면서 국제적으로 민폐를 끼치고 있다. 도쿄전력은 앞으로 30년 간 총 134만t의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뒤 바닷물에 희석해 태평양으로 흘려보낸다고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2주에 한 번씩 우리 전문가를 현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소에 파견해 일본이 안전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이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지 철저하게 모니터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우리 국민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선동”이라며 “우리 바다가 오염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선동으로 우리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민에게 드리는 담화문을 국무총리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총리 입장이 대한민국 정부 입장”이라며 짤막하게 언급했다.

전국적으로 오염수 방류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제주지역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및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저지 제주범도민운동부는 지난 29일 제3차 범도민대회를 열고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태평양을 향한 명백한 테러”라며 “일본 정부의 패악을 멈추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아내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내에서는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야권 성향 단체도 총공세를 펼쳤다. 여러 건의 ‘사법리스크’로 검찰에 출두하고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도 나가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핵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 연안 국가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일본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대리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이재명 대표를 위한 정치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기로 작정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인데 여야 정치권은 상대를 향해 격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눠 싸우는 정치권의 모습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뉴스는 앞으로도 매일 쏟아질 것이며 전개되는 상황도 자기들 쪽으로 유리하게 해석할 것이다. 지켜보는 국민만 피곤할 뿐이다.

행복해지는 일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게 세상인가?’ 체념하며 8월의 마지막 날을 보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