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에서 숨 쉬고 싶다(1)
땅 위에서 숨 쉬고 싶다(1)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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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자 수필가

얼마 전 일행들과 육지로 나갈 일이 있었다. 

가장 불안정한 순간은 비행기 안에 앉아 있을 때 같다. 설렘과 불안함이 겹쳐 오묘한 기분이 인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안함은 사라지고 들뜬 마음만 남는다. 차창 밖 지나치는 논에는 뉴스에서 본 장면과는 다르게 온전하다. 눈에 보이는 논의 모습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게 전부인 양 쌀농사가 풍년이라 여기는 마음은 어리석음을 지탄받아 마땅할 일이다.

기후가 예전 같지 않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변덕스럽게 비가 쏟아지는 날도 있다. 폭염과 폭우에 주의하라고 시시때때로 기상특보를 알려 오지만,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움직임이 잦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 어떻든 간에 이동이 빈번해진 가운데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면 망연자실하게 된다. 가슴 아픈 일은 느닷없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법이다. 뉴스로 보여주는 일만이 전부는 아니다. 얼마나 많은 현상이 위험 속에 놓여 있는가. 자신에게 닥지지 않은 일이라고 쉽게 외면한다.

땅이 갈라질 정도로 가뭄이 들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일어난다. 집이 흙더미에 묻히고 농경지가 잠긴 장면들을 보면 영화 장면 같다. 폭염을 안겨주는 햇볕도 강풍을 동반한 잦은 폭우도 평온한 삶을 앗아가고 있다. 매스컴으로 흘러나오는 사건 사고 소식은 과히 충격적이다. 폭염으로도 모자라 폭우로 터널길이 막혀 아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땅 위에서 숨 쉬어야 할 사람들이 잠겨버렸다. 오송 지하도에서 사람들의 아우성이 환청으로 들려온다. 

태풍은 강하다 못해 초강력으로 더 세어지고, 한여름에도 눈이 내려야 할 북극에는 비가 내린다고 하니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해주는 빙하가 아닌가. 이미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고 섬들이 수면 아래로 잠기는 실정이다. 이미 제주도 남쪽 바다에 잠긴 이어도는 점점 깊숙이 가라앉고, 한라산 높이 천구백오십 미터는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폭염으로 지구는 가마솥으로 변해가는 실정이다. 그로 인한 해빙의 결과는 또 다른 악조건이다. 수분 증발로 인하여 대기권은 불안정해지고 국지성 호우가 내려 수해 지역이 생겨난다. 어느 한쪽에서는 땅이 완전히 메마르고, 반면 어느 한쪽은 홍수 지역이 된다. 바다의 수온은 올라가고 지구촌에는 화재가 연발로 일어나고 있다. 거기다 지진과 화산폭발이 무서운 괴력으로 생명들을 삼키고 있다. 불의 고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도 재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 같다.<계속>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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