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가운데 깊은 만(灣)에 제방 쌓아 만든 넓은 농경지 눈길
섬 가운데 깊은 만(灣)에 제방 쌓아 만든 넓은 농경지 눈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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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색채 가득한 가사도(加沙島) - 3
공항마을 선착장 상공서 본 가사도 동쪽지역.
공항마을 선착장 상공서 본 가사도 동쪽지역.

# 일손 부족으로 절반 이상 버려진 논을 보며 한순만

가사도에서 가장 높은 노승봉 전망대를 내려와 천천히 섬 일주에 나섰다. 가사도에는 세 마을이 있다. 가사리와 궁항마을, 돌목마을로 행정구역으로는 가사1구, 가사2구 가사3구다.

돌목마을 거쳐 궁항마을로 가는 입구에 일붕스님 통일 기원비와 마을 표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멀리 가사리 앞은 넓은 농경지다. 작은 섬에 이렇게 넓은 농경지가 있다니 놀랐다. 이 농경지는 가사도 가운데 깊게 형성된 만(灣)에 제방을 쌓아 농경지와 염전을 만든 것이라 한다. 섬에 이렇게 넓은 농경지가, 그것도 끝이 안 보인다고 할 만큼 넓은 농경지다.

궁항마을에 한 노인을 만나 농경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묻자 “저기는 원래 바다여. 방조제를 만들어 농경지와 염전을 맨든 것이구만. 저기 방조제가 들어서기 전에는 각종 해초와 수산물이 풍성한 갯벌인디, 지금은 논과 염전이 됐지. 저 간석지(干潟地)가 가사리와 궁항마을 가운데 있어” 이 간석지는 상당한 면적으로 가사도 전체 농지의 3분의 2 이상이다.

논이 28.4㏊나 되고, 경지면적은 143.5㏊로 호당 경지면적은 조도면에서는 비교적 많은 0.9㏊지만 지금은 일손 부족으로 절반 이상이 버려져 갈대밭이나 잡초들로 우거져 있어 볼 때마다 한숨만 난단다. 주민들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주요 농산물은 고구마와 쌀, 보리다. 섬 근해서는 장어 멸치가 주로 잡히며 미역과 톳 등이 양식하고 있다고 자세히 설명해 준다.

섬을 찾아다니며 느끼는 공통된 어려움은 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양식업을 많이 하는 섬에는 일할만한 젊은이가 없어 외국인 노동력에 의지하고 있을 정도다. 주민들은 말한다, “이렇게 계속 외국인을 불러다 일 시키다 큰일 날지 걱정이여. 자식들은 이 일이 싫다고 전부 섬을 떠나지. 나이가 들어 일하는게 예전같지 않아 어쩌면 좋을지. 저기 보소. 허리가 반으로 구부러져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할망구가 미역 말리고 농사일하고” 길게 한숨을 쉰다.

마을 앞 공터에 할머니 한 분이 바다에서 건져온 미역을 말리기 위해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작업을 하고 있다. “할머니 이 미역 말려서 팔려고 합니까”, “어디서 온 손님이요. 여기는 뭐하러 왔소. 미역 말렸다 자식들한테 붙여주고 팔기도 하지라”, “다리가 불편 하세요”, “다 늙어서 그런지 무릎이 아파 걷질 못 혀. 그래도 움직여 댕겨야지 가만 앉아있으면 살 수 있간디. 근디 어디서 왔소” 제주도에서 왔다고 하자 먼 데서 여기 구경왔느냐 묻기에 “할머니 제주도 가보셨서요”, “제주도요. 나는 90평생 이 섬을 떠나본 적이 없어라. 구경 갔다온 사람들이 멀리 있다고 합디다” 구부러진 허리 펼 새도 없이 일한다. 더 말을 하는 것이 방해될 것 같아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예전에는 만이었으나 사방공사로 넓은 농지가 된 가사리 마을 앞.
예전에는 만이었으나 사방공사로 넓은 농지가 된 가사리 마을 앞.

# 흐릿한 날씨로 장관인 일몰 못보고 발 돌려 아쉬움

마을 뒤 시멘트 길 따라 걷다 보니 손가락 섬인 주지도가 바로 앞에 보이는 궁항 선착장이다. 배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사진 찍는 나를 보더니 하얀 이를 보이며 웃는다. 어디서 왔느냐 묻자 스리랑카란다. 저 사람들이라도 있으니 어장 일을 하지. 문득 “우리도 한 때 일본 가서 어렵고 힘든 일을 하기도 했었지” 그 때가 얼마 전 같은데. 이젠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 데려다 일 시키고 있으니. 세상 많이 변했구나.

가사도 주민들은 육지 나들이는 아직도 목포 쪽이다. 가까운 진도로는 몇 차례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교통편 연결이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섬마다 거쳐 배 시간이 오래 걸려도 목포로 나들이하는 주민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은 진도 쉬미항과 하루 세 번 배가 다녀 나들이는 편해졌지만 버스 연결 때문에 할 수 없이 목포 가는 배를 탄다고 한다. 진도와 가사도는 직선거리로 3.2㎞ 뱃길로 20여 분 거리다. 그런데 문제점이 진도와 가사도 사이 남북으로 해협을 이루는 곳은 난류와 한류의 영향을 받는 곳이라 1년에 몇 개월은 안개가 심하게 끼고 물살이 험해 배 운항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도 하단다.

아침 8시. 가사도에 도착, 5시간 머물러 섬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섬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섬을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 서둘러 길을 나섰다. 가사도는 섬과 섬 사이로 넘어가는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고 장관이라 했는데, 일몰을 보기 위해서는 섬에서 1박을 해야 한다. 또 오늘같이 흐릿한 날 낙조 보기도 어려울 것 같아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오자 다짐하며 배를 타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선착장에 도착, 가사페리호를 탔다. 아침에 본 섬 모습과 오후에 본 섬 모습이 또 다른 형상으로 다가와 정신없이 촬영하다 보니 어느 새 쉬미항에 도착, 다음 섬으로 길을 나섰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걷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미역을 말리는 노인.
걷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미역을 말리는 노인.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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