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현과 제주목을 가르는 좌보미 알오롬들
정의현과 제주목을 가르는 좌보미 알오롬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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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좌보미알오롬
금백조로(비자림로~중산간동로) 성산공설묘지 쪽에서 본 좌보미알오롬. 하나의 오롬으로 보이지만 우측은 좌보미자락.
금백조로(비자림로~중산간동로) 성산공설묘지 쪽에서 본 좌보미알오롬. 하나의 오롬으로 보이지만 우측은 좌보미자락.

번영로 대천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비자림로, 금백조로를 향해 나가면 개여기(백약이) 서북쪽에 좌보미(오롬)가 보인다. 좌보미는 정의현 성읍리 산93번지로 북쪽으로는 송당리 문세기오롬(송당리 산234), 동거미(종달리 산70), 북동쪽으로 월랑지(성읍리 산5), 궁대악(수산리 4711), 동남쪽으로는 개여기(백약이·성읍리 산1)와 오롬 자락을 맞대고 있다.

금백조로에서 월랑지와 궁대악, 성산읍 공동묘지를 지나서 남쪽으로 표선면 공동묘지로 시멘트 길을 따라간다. 대명태양광발전단지를 지나서 우쪽으로 좌보미오롬과 알오롬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나가면 알오롬은 세 개로 보이고 이어서 좌보미와 알오롬 표시판이 보인다. 조금 더 내려가면 세 개로 보이던 알오롬은 다시 두 개만 보인다.

좌보미를 보면 단순한 하나의 오롬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알오롬을 거느린 큰 오롬 군락임을 알 수 있다. 좌보미에 대한 옛 기록은 19세기 중반, 제주 목사 이원조의 ‘탐라지초본’에서 볼 수 있다, ‘탐라지초본’은 정의현 24개 오롬 중에 한좌악(閑坐岳)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좌보미는 본래 한좌보미, 한좌보산, 한좌보악(閑佐甫岳)으로 불리다가 후에 ‘보(甫)’자라 생략되었다.

사라진 ‘한(閑)’은 ‘막을 한(閑)’으로 이는 ‘막다, 막히다, 가로막다’ 라는 뜻이다. 그러나 당시 좌보미 주위에는 제주목에 속한 송당리의 아부오롬·돌리미·민오롬·비치미 등에 가로막혀서 ‘제주목에 속한 오롬들을 ‘가로막고 있다’는 뜻으로 ‘가로막을 한(閑)’자를 쓴 것으로 보인다.

중종 5년(1510년) 목사 장림은 정의현 수산진에 속한 연평리(우도)·종달리를 제주목 별방진으로 편입시키므로 좌보미는 북쪽 종달리의 거미오롬·손지·용눈이·윤드리·지미오롬 등 5개와 송당리 대천동의 성불·가문이오롬 등을 제주목에 잃게 되어 그야말로 좌보미는 제주목에 가로막히게 되었으니 한(閑)스러운 오롬이 되어서 ‘가로막을 한(閑)자’를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개여기(백약이)에서 동남쪽으로는 좌보미 본체가 크게 보이고 그 뒤로 연이어 볼록볼록한 좌보미 알(오롬)들이 연달아 솟아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제주의 기생화산이 문어발처럼 연쇄적으로 분화했음을 볼 수 있다. 좌보미에 속한 여러 개의 알오롬이 둥글둥글하게 보인다. 좌보미 알오롬들은 몇 개의 산재한 군체들을 이루고 있다.

알-아리(-리)는 북방어로 만주·몽골에서는 오롬이란 뜻으로 쓰인다. 그러므로 OO새끼오롬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러나 제주인들이 오랫동안 ‘알오롬’이라고 불려왔기에 이제 와서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중에도 대정읍 동알·섯알 등이 동알오롬·섯알오롬 등은 만뱅듸동오롬·만뱅듸서오롬으로 불려지는 게 옳다고 본다.

그렇다면 좌보미알오롬들도 좌보미동새끼·좌보미서새끼라고 불려져야 할 것이다. 또한 좌보미 알오롬도 두 개 이상이나 하나만 등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좌보미 동·서알오롬과 우도알오롬 등을 말한다면 제주오롬은 이제껏 368개라 하지만 370개 이상으로 바꿔져야 한다.

좌보미는 아래편에 식재된 소나무·삼나무들이 주류로 보이고 그 외로 많지는 않지만, 도토리나무·산벗나무들이 꽤 보인다. 그러나 알오롬(새끼)에는 좌보미처럼 식재된 삼나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좌보미의 식생과 비슷하나 좌보미 알오롬에는 소나무들이 주류이다. 그러나 오롬 아래는 사스레피·참식·후박·예덕나무·보리똥나무·청미래덩쿨 등도 얽혀있다.

좌보미 본체와 알오롬들 사이에는 제주도 초가지붕을 덮는 키 큰 황새 풀과 고사리들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여름이라서 걸을 때마다 풀이 무릎까지 차올라서 거동이 수월치 않다. 좌보미 알오롬에서 주위를 살펴보면 북동쪽으로는 좌보미에 가려서 전망이 가린다. 그러나 동서남 3면은 열려 있어서 잘 보인다.

서쪽으로는 개오롬과 그 너머로 구좌읍의 비치미·돌리미·성불오롬과 가시리의 대록산이 보인다. 장마가 그치고 날씨가 좋아져서 한라산이 환히 보인다. 남쪽으로는 영루오롬이 우뚝하게 보이고 동쪽으로는 성산읍의 나시레·모구리·유가메·낭끼·후곡오롬 등이 보인다.

좌보미알오롬에 오르면 한라산으로 치닫는 크고 작은 오롬들이 보인다. “아! 여기가 제주도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가을에는 마른 풀을 헤치며 다녔는데 녹음이 짙어져 황새와 억새 풀이 날카로워 칼날로 그은 것처럼 팔목을 그어놓는다. 지난가을에 보이던 말들도 보이지 않고,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산길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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