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후반 제주의 이모저모 살펴볼 수 있는 기본자료
1920년대 후반 제주의 이모저모 살펴볼 수 있는 기본자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4 1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상태조사 제주도(조선총독부 1929)
‘생활상태조사 제주도’(조선총독부 1929) 표지.
‘생활상태조사 제주도’(조선총독부 1929) 표지.

어떤 시대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보면 그 시대를 연구한 연구서도 읽게 되지만 당대(當代)에 나온 자료를 최우선시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기초 자료를 원본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럴 때 유용했던 게 영인본(影印本)이지만 그것도 기술적인 한계나 생산원가를 고려했던 까닭에 해상도가 떨어지는 게 많아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세밀하게 만들어진 이미지 파일로 귀한 자료를 온라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지금을 사는 이들에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땐 그랬다.

아마도 원본에 대한 갈증이 시작된 게 그 즈음부터였을까? 언젠가는 원본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망상(?)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그 정도 되는 자료의 원본은 만나기도 힘들었다. 어쩌다 기회가 생겨도 가격대가 주머니 사정을 훨씬 초과하는 ‘그림의 떡’이었다.

지금은 생업이 생업인지라 간혹 모험을 걸어서 성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낭패를 보기도 한다. 직접 만져보고 매입하던 시절에는 좀처럼 없는 일이지만 온라인을 통해 매입하다보면 가끔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생활상태조사 제주도’(1929)에 수록된 제주도청 사진.
‘생활상태조사 제주도’(1929)에 수록된 제주도청 사진.

얼마 전 경험했던 일이다. 예전부터 한참을 수소문했지만 만날 수 없었던 책을 해외 유명 사이트에서 우연히 찾아냈다. 대부분 양서(洋書)가 거래되는 곳에서 오매불망 찾던 우리 제주 관련 자료를 만났기에 비록 실물 사진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판매가가 워낙 고액(?)인데다 판매자가 일본 고서점인 점을 감안해서 일단 질렀다.

기다리던 십여 일이 마치 ‘여삼추(如三秋)’였지만 도착한 우편물을 보는 순간 ‘아~ 이게 아닌데’ 싶어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온 지 100년이 다 된 책인데 너무 두껍고 무거웠다.

원본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바로 그 영인본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나의 세 줄짜리 중딩 영어 반품 이유서가 통했다. 과연 세계적인 기업이라니…. 판매자가 정한 가격이 워낙 어마어마하니 다시 잘 포장하고 보험까지 들어서 보내느라 시간과 돈은 들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국내에서 몇 만원이면 바로 살 수 있는 자료를 수십 배가 넘는 이렇게 황당한 가격에 파는 일본 헌책방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우연히 이 일련의 과정을 알게 된 지인의 제보(?)로 진짜 원본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서 귀물을 만나니 비록 주머니는 텅 비었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화전민과 농부 사진.
화전민과 농부 사진.

그 귀물이 바로 ‘생활상태조사(生活狀態調査) 제주도(濟州島)’(1929)로 조선총독부 촉탁으로 조선 관련 ‘조사자료’ 시리즈를 담당했던 젠쇼 에이스케(善生永助)가 편찬한 자료집이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를 거친 필자인데다가 ‘관방자료’의 한계를 태생적으로 지닌 까닭에 비록 당시 조선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학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 총독부 직원의 출장조사와 제주도청(島廳)의 보고 등 상당히 방대한 자료를 정리 편찬한 자료다.

특히 이 책의 총설이나 본문, 지도 외에도 제주도의 민가·풍속·생활 등으로 분류해 함께 수록된 150여 장이나 되는 사진은 192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제주도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기본 자료로서 더욱 주목되는 바이다.

그나저나 정말 궁금하긴 하다. 그 책이 영인본임을 알고도 그랬는지 몰라서 그랬는지….

‘남녀 의복과 침구’ 도판.
‘남녀 의복과 침구’ 도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