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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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 시인

얼마 전 몽골에 다녀왔다. 칭기즈칸 신공항은 현대식으로 지어진 큰 규모의 깔끔한 공항이었다. 수도 울란바토르 역시 초원의 유목민과 게르를 상상하고 온 여행객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놀라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신도시개발처럼 고층의 고급아파트와 건물들이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서구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문화적 공간들이 만들어져 이국인의 눈으로도 상업 자본화되어가는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몽골은 평균 고도가 1500m 높이의 고산지대로 9월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상의 얼어붙은 동토의 땅으로 변한다. 그러나 7월과 8월은 건조한 기후 덕분에 계절적으로 한국의 초가을처럼 쾌적하다. 파랗게 맑은 하늘과 구름, 눈부신 햇살과 바람, 아득하게 펼쳐진 푸르고 드넓은 초원의 탁 트인 시야는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에 충분하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 떼와 야생말, 소와 산양. 염소와 야크 등 초원을 무리 지어 다니며 유유자적하게 풀을 뜯고 있는 다양한 가축의 모습에 저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내가 만난 몽골인의 모습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한국인의 빨리 빨리의 속도로는 답답할 정도로 차분하고 서두르지 않는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강인함 탓인지 무언의 내적 에너지를 풍기며 단단한 깊이가 느껴졌다. 몽골리안 특유의 근성과 내공의 아우라를 풍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 데이터 로밍을 해 간 덕분이겠지만, 몽골의 초원지대 테를지 국립공원에서도 데이터 접속과 SNS 소통에 아무런 문제 없이 인터넷이 열려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여 필요한 정보를 바로바로 찾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일은 생활이 되었다. 몽골에서도 그것을 직접 경험했다.

디지털 노마드(NOMADE)라고 일컫는 신유목의 시대가 열린 지 오래다. 디지털 노마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하나면 세계 어디든지 다니면서 휴식과 업무를 동시에 실행하는 신 유목민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캐나다 미디어학자 마셜 매클루언 (Marshall Mcluhan, 1911∼1980)은 30여 년 전 이미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 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

드넓은 초원(혹은 사막) 한가운데서 SNS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인스타그램에 현장 사진을 바로 전송할 수 있다. 간단한 은행 거래와 모바일로 커피를 보내는 등 소소한 개인적 업무도 가축들과 함께 거닐며 해결할 수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 현장에 들어가 며칠을 보냈다. 자유로운 영혼,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찾는 시간,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공간과 상상력으로 의식이 확장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몽골 제국 시대에 칭기즈칸이 야생마를 타고 달리던 초원의 들판을 가로지르며 스마트폰의 현재 세상 속에 빠진 우리는 신유목민이 틀림없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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