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할 수 있는 것
아빠가 할 수 있는 것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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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만 7세인 첫째 아들이 아데노이드(인두편도) 수술을 했다. 잠자리가 편치 않은지 뒤척임이 늘 많았는데 낮은 수면의 질이 그 때문에 일어난 하나의 불편함이었단다. 검사 결과 그동안 일반인의 25% 정도의 효율로만 호흡하고 있었다고…. 먼저 우리 아들이 지난 7년 동안 아주 기본적인 호흡도 힘들어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이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 반가웠으나 그 방법이 전신마취를 전제로 한 수술뿐이라는 결론엔 덜컥 겁이 났다.

수술이라고는 골절 깁스(plaster cast) 시술 받아본 것 말고는 없는 보통 아빠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전신마취가 얼마나 큰일인지 몰랐던 나는 우선 수술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 제주와 타 지역의 여러 병원에서 검사도 받아보고 의료계의 지인들에게 조언도 구해보았다. 결국 전신마취를 해야 하긴 하지만 수술은 그렇게 무리가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렇게 더듬더듬 알아본 후에 아들에게 수술을 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들에게는 우선 건강이 안 좋아서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으로 안심시켰다. 수술은 아프지 않고 마취로 잠든 사이에 모두 끝난다고 겁나지 않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수술을 받게 되면 앞으론 잠도 편히 자고 충분한 숙면 후에는 더 신나게 놀 수 있을 뿐더러 집중력도 올라가니 매우 좋을 거라는 설명도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앞둔 아들은 한동안 수술에 관한 질문을 반복하며 무섭다고 종종 울었다. 그때 그때 다시 설명해주며 수술 직후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수프같이 부드럽고 맛있는 것들만 먹는다는 선물 같은 보너스도 주어진다고 덧붙였다.

보통 아빠로서 할 수 있는 만큼 알아보고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려 확신 있게 안심시켰기 때문일까? 수술 직전엔 아들 본인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수술 전날 간단한 검사들을 했고 링거 바늘을 꽂을 때 “따꼼”, 한 번의 눈물을 흘렸지만 잘 참아낸 아들은 퇴원까지 씩씩하게 잘 해내 줬다.

보호자로 계속 같이는 있었지만, 아빠로서 나는 그저 먹고 싶은 거 사주고, 흘리면 닦아주고, 불쑥 겁내면 설명해주고, 선생님들께 대신 물어주고, 옆에만 있었지 직접 겪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아들의 수술을 대신 받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아빠로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들에게 예상치 못 한 불편함이 있었음을 알게 된 후 이를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알아보았고, 위험의 정도는 얼마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본인도 이를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충분한 이해와 시간을 주려 노력했다.

만 7세, 아들은 아직 어리다. 하지만 본인이 겪어야 할 일에 대한 장단점을 스스로 알고, 생각하고 판단해야만 한다고, 아빠로서 나는 생각했다.

요즘 세상일들을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점 파악과 개선의 필요성, 개선을 위한 조치와 이에 따라 발생할 장단점의 고려, 개선 결정과 이를 위한 진행 방법과 같은 중요한 절차들을 전문가가 아니라고, 잘 모른다고, 소유자가 아니라고, 직접적 이해관계자가 아니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책임과 권한을 가진 주체라면 관계성이 적고, 전문성이 낮은 이해관계자라 하더라도 최대한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되도록 많은 동의를 구해야 한다. 혹시,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했을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혹시 나만 아는 비밀인가?’ 의구심까지 드는 요즘이다.

아빠가 아니더라도 권한과 책임이 있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길, 아들이 아니더라도 이해관계자라면 모두 존중받고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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