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주체(主體)는 누구?
교육의 주체(主體)는 누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2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상호 시인·칼럼니스트

‘다음 중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1)학생 (2)학부모 (3)지역사회 (4)교사’

사범대학에 입학하니(1968) 전공교과보다 더 압박받는 것이 교직과목이었다. 모든 교직과목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출제되는 문제;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 한 분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 이후 여론조사처럼 ‘교육의 주체는 누구?’를 주위에 물어봤다. 젊은이들은 ‘학생’이라고 단언하듯 대답한다. ‘교사’라고 뚜렷이 정답을 대는 사람은 10% 내외이었다. 이렇듯 ‘교육의 주체’를 세상은 혼동하고 있으니 교육 참여에서 교육 간섭을 넘어 교권 침해에 이르게 된 것이며 전국 선생님들의 ‘검은 옷 시위 사태’까지 일이 터졌다.

주체란 무엇인가? 작용·행동의 길잡이이다. 비유컨대 택시와 버스의 주체는 누구인가? 같은가 다른가? 택시의 주체는 승객이다. 승객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운전기사는 택시를 몰아야 한다. 버스의 주체는 기사이다. 승객이 아니다. 승객이 가고자 하는 곳과 버스노선이 다르면 승객이 내려서 환승해야 한다. 기관차가 객차(승객)를 끌고 가듯이 교육과정 단위교시를 시행하는 사람; 교사가 교육의 주체이다.

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학년도·교과마다 학생을 어디에 닿게 할 것인가(목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내용),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방법), 이루어졌는지 확인(평가)을 나라에서 편성해 놓은 것이 교육과정이며 이것을 단위교시(최소 40분)에 시행하는 사람이 교사이다. 학생은 교육의 대상; 주체가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어떤 관계인가? 군복무 마치고 교단에 복직했다. 나이 스물여섯. 가정 방문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학생의 아버지는 하얀 수염이 늘어진 예순다섯. 학생은 쉰둥이이었다. 학부모는 줄곧 머리를 조아리며 높임말을 놓치지 않는다. 그 학부모로부터 무엇을 깨닫게 되었는가? 선생·학부모는 마치 사돈지간처럼 어렵게 존대하는 관계이다.

교육(敎育)은 무엇인가? 교(敎)와 육(育)을 설문(說文)으로 풀어본다. 아이들이(子, 자) 서로 사귐을(爻, 효) 갖도록 마련해줌(攵, 복)이 가르침(爻, 효+子, 자+攵, 복=敎)이다. 마련해줌(攵, 복)에는 회초리도 포함된다. 미숙아(, 돌/부진아)로 태어난 아이의 지체·장기(月, 월)를 보조 맞춰 따르게 함이 키움이다(, 돌+月, 월=育, 육). 

왜 학교(School)에 다니는가? 영어권 사람들은 예외·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하여(To be a good citizen). 스쿨의 본디 뜻은 ‘무리·떼 지어 지냄’인데 어느 교육행정직 사무관은 자신의 아들은 ‘왕의 DNA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오장육부·지체(月, 월)는 어우러져야 함께 살아간다. 벗·무리(朋, 붕)도 그렇다(月, 월/지체·장기+月=朋). 

랍비(교사)들은 모두 인내심을 지닌다(탈무드). 그 인내심까지 허물어졌다. ‘특이한 학부모 탓일 것이다’의 개연성을 세상 모두 생각하는데; 그 필연성의 증거를 확인시키는 것은 경찰이 해야 할 일이다. 교육감은 걸맞은 행정적 장치를 고안하라.

둘(二) 이상의 사람(人)이 함께 어우러짐이 인(仁);
내 아이만 앞장서게 하려는 학부모의 오류 간섭에
미래로 항해할 교실선박이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