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부실 논란 속 도전하는 제주 청소년들
잼버리 부실 논란 속 도전하는 제주 청소년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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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한국스카우트 제주연맹 405단 샘물지역대 단대장

지난 1일 한국스카우트 제주연맹에서는 지도자 5명, 대원 41명이 전 세계에서 모인 4만3000명의 스카우트 대원들과 도전과 모험, 그리고 인종과 종교를 떠난 교류를 위해서 잼버리 행사장을 향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잼버리 행사가 치러지는 영지는 정말 부푼 꿈만큼이나 광활했고 12일까지 행복한 잼버리를 체험할 거라는 생각에 더위도 잠시 잊고 있었다.

시스템의 문제는 첫날 저녁식사 식재료 보급부터 시작되었다. 오후 3시30분에 도착하기로 한 차량은 오후 6시 넘어서 도착했고 오후 7시30분 넘은 시간에 재료를 받고 부랴부랴 식사를 준비하려는데 식재료도 넉넉지 않아 허기진 배고픔을 달래지 못 한 채 식사를 마치니 오후 9시30분이 넘었고 설거지와 마무리 정리를 해서 잠자리에 든 시간은 밤 12시가 넘었다. 설거지 공간, 빨래터, 화장실, 샤워 시설 등 언론에 보도된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에 망연자실….

2일 아침에는 달라지겠지? 우리의 희망일 뿐 식재료 배급이 또다시 늦은 탓에 아침식사가 미뤄지고 오전 과정 활동도 참가 못 하는 등 대원들은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 더위를 느끼며 그늘막으로 설치된 몽골 천막에서 개인 시간을 가져야 했다.

아이스박스는 유닛(대원 36명, 지도자 4명으로 구성) 당 2개씩 지급해주었는데 그 박스 안에는 식재료와 물들을 시원하게 할 냉매는 지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이날 정말 반가운 손님이 오셨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 격려하시러 오셔서 대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더위 등 악조건 상황에서도 파이팅 하자는 말과 함께 대원들에게 큰 힘을 주셨다.

2일 오후부터 언론에 잼버리장에서 비위생적인 여건과 대원들이 더위와 싸우는데도 생수와 얼음도 공급이 안 되고 식자재도 부실하다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조직위원회의 운영 방침에 의구심을 품는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윤석열 대통령이 잼버리장의 환경과 식재료 등 여건 개선을 지시해서인지 그런 덕인지 저녁에는 얼음 한 덩어리가 지급되었다.

4일째 그나마 많은 것이 개선되었다. 어려운 상황을 파악하고 제주도 아동보육청소년과와 제주도교육청 교육행정과에서 연락이 와서 대원들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물품에 대하여 확인하더니 알로에젤과 화상연고, 그리고 음료수 등 열상치료와 제주도 대원들을 위한 물품 보급이 시작되어 대원들의 열상 등 각종 치료에 큰 힘이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반도를 향해 방향을 바꾼 태풍, 그리고 사상 초유의 잼버리장 철수, 그리고 폐영식에 이은 K-pop까지…. 대략적인 잼버리 행사장에서의 상황이었다. 제주연맹 책임 지도자로서 이 사회 어른들의 잘못으로 꿈 많은 대원들에게 상처를 준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참가한 대원들은 아무런 사고와 중도 낙오자 없이 너무 열심히 과정 활동에 임해주었고, 특히 외국 대원들과의 교류는 대원들이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대원들과 잼버리에 관해 대화해 보면 만족도는 150~200%가 되지 않았나 판단된다. 

앞으로는 제주도에서도 큰 행사를 준비할 때는 탁상공론하지 말고 행사장 현장에서 사전 체험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번 잼버리도 조직위원장님들과 장관님들이 대원들과 같은 상황에서 하루만 지내봤어도 세계적인 망신은 피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정쟁 과욕 등으로 청소년들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들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도민 여러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카우트 대원들! 다시 한 번 대원들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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