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향미를 끌어내기 위한 추출 방식, 브루잉
커피의 향미를 끌어내기 위한 추출 방식, 브루잉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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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일본 커피문화가 궁금해서 도쿄로 커피 여행을 떠났다. 우리보다 먼저 원두커피 문화를 받아들였던 그들의 커피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도쿄와 도쿄 주변의 유명하다는 여러 카페를 들를 때마다 새롭고 놀라운 커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커피를 다루는 마음가짐부터 커피를 추출하는 세련된 동작, 커피를 서비스하는 매끄러운 자세 등 모든 것이 특별했다. 

1948년에 문을 연 긴자(銀座)의 람부르 카페(Cafe de L’ Ambre)를 들렸다. 오랜 시간 숙성된 커피콩을 로스팅해서 사용한다는 람부르 카페의 융 드립 커피는 그곳의 업력(業歷)만큼이나 깊이가 있었다. 소설가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골로 다녔다는 아오야마 거리 오모테산도에 자리 잡은 다이보(大坊) 커피집을 방문했다. 다람쥐 통 같은 로스터기로 볶는 커피가 우리 흥미를 끌었다. 매장 안을 채운 커피 볶는 냄새도 장인의 커피집다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10여 년 전쯤 문을 닫아 이제는 다시 가볼 수 없는 곳이 되었지만 특색 있는 일본 커피문화가 잘 살아있는 곳이었다.

스페셜티 커피가 전 세계 커피산업의 화두가 될 때쯤 미국으로 커피 여행을 떠났다.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시애틀과 스페셜티커피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Stumptown Coffee Roasters)가 자리 잡은 포틀랜드를 방문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란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시애틀에서 만나는 카페들과 미국 서부의 커피문화를 간직한 포틀랜드의 여러 카페는 일본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었다. 

푸어오버(Pour-over)라고 부르는 이들의 핸드드립 커피는 섬세한 물 붓기 방식을 중시하는 일본과는 달리 물의 정확한 양과 온도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다. 꼼꼼한 물 붓기와 커피에 몰입하는 추출이 일본이라면 미국은 타이머와 저울을 이용하면서 정확한 커피의 레시피와 추출 비율에 더 신경 쓰고 있었다. 커피의 신세계였다.

우리나라도 스페셜티커피에 관심이 커지면서 요즘은 푸어오버 방식의 커피 추출이 더 성행하고 있다. 원두커피의 시작에는 일본 핸드드립 커피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면 커피 향미의 본질에 가까이 가는 스페셜티커피가 주목받으면서는 미국의 푸어오버 방식을 더 선호하게 된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커피문화도 나날이 달라진다. 우리는 그동안 에스프레소로 시작된 커피문화로 인해 압력을 가해 기계로 뽑는 에스프레소가 가장 매력적인 커피라 생각했다. 여기에다 우유나 시럽, 소스 등 여러 가지 부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조리 커피(Variation Coffee)는 다양한 커피 애호가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브루잉 커피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커피의 제3의 물결이라는 스페셜티커피가 도래하면서부터이다. 커피 본연의 향미를 끌어내기 위한 추출 방식으로는 중력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물의 힘을 이용하는 브루잉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브루잉 커피의 또 하나의 장점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퍼포먼스에 있다. 필요한 도구의 세팅, 커피잔의 예열, 여러 차수에 걸친 추출, 추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테이스팅 등 브루잉에 수반되는 일련의 과정이 고객들에게는 정성껏 만들어주는 커피 한 잔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고객의 마음과 함께하는 공감 커피가 기술적으로 잘 내리는 커피보다는 몇 수 위이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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