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연결하면 왕(王)자가 된다는 다섯 개의 작은 봉우리
선으로 연결하면 왕(王)자가 된다는 다섯 개의 작은 봉우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1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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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색채 가득한 가사도(加沙島) - 1
하늘에서 내려다 본 가사도 전경.
하늘에서 내려다 본 가사도 전경.

# 신안군과 가까워…하의도의 이웃섬

섬이 많은 진도군, 그 중에서 조도면이 크고 작은 섬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조도면에서 가장 큰 섬은 상조도와 하조도, 다음으로 큰 섬이 가사도(加沙島)로 여의도 면적보다 훨씬 큰 6.4㎢이고 해안선 길이가 19.5㎞다. 가사도를 가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뱃길을 찾았지만 정확히 어느 항에서 출발하는지 알 수가 없어 애를 먹었다.

현지 주민들도 팽목항 또는 조도 창유항에서 출발한다고 했고 섬 여행 책자에는 진도 가학리 선착장에서 가사도로 직접 가는 배가 하루 3번 있다는 기록을 보고 진도항에 도착, 택시를 타고 가학리 선착장에 가자고 했더니 운전사가 “여행오신 것 같은 디 이 시간에 가학리는 왜 가요” “가사도 가는 배 타려고요” “워메 가사도가는 배는 가학리 선착장에서 가지 않고 쉬미항에 가야 하는디. 전에 잠깐 가학리서 다니다 지금은 쉬미항에서 하루 3번 뎅겨요. 내가 가사도 사람이라 잘 알지라”, “지금 가면 가사도 가는 배 탈 수 있을까요”, “시간이 애매한데, 한 번 연락해 봅시다” 전화를 몇 군데 하더니 오늘 가는 배는 이미 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내일 오전 7시에 첫 배가 떠나고 진도읍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라고 알려준다.

숙소에 들어와 가사도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니 가사도는 신안군과 경계에 있어 한 때는 신안군에 소속되기도 했을 만큼 신안군과 가깝고 하의도와는 뱃길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나 다름없다. 하의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태어난 섬이라 가사도와 인연이 깊단다.

가사도 섬 가운데 다섯 개의 작은 봉우리가 있어 이 산을 선으로 연결하면 ‘왕(王)’자가 되다고 한다. 이 영향인지 가까이 있는 하의도 출신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된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오고, 또 가사도에서 장군이 두 명이 배출됐는데 박완신 장군, 김영대 장군이다. 두 장군은 쿠테타로 집권한 신군부 세력의 감시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의 섬, 이재언)

손가락 섬이라는 주지도.
손가락 섬이라는 주지도.

# 뱃길에서 만난 주지도와 양덕도

오전 6시40분 버스 타고 가면 배 시간이 바쁠 것 같아 택시를 탔는데 10여 분 달린 것 같은데 요금이 1만3000원이 나왔다. 진도 택시요금 장난이 아니라더니 사실이다. 쉬미항은 깊은 해만(海灣)으로 마치 호수 같다. 잔잔히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그 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어선들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호수같이 잔잔한 쉬미항 긴 해만을 빠져나가는 가사 페리호가 지나며 만든 물길이 빛에 반사되어 묘한 현상을 일으킨다.

배를 타고 섬에 다니다 보면 거칠기만 한 것이 아니고 어느 때는 바다가 호수 같을 때가 있다. 크고 작은 섬들과 그 주변에 바다 밭인 양식장들 사이를 돌며 달리다 보니 바로 앞에 섬 가운데 큰 바위가 솟아있는 주지도와 발가락을 닮았다는 양덕도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가사 페리호가 달릴수록 모양이 조금씩 달리 보이는 두 섬은 진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세방낙조의 배경이 되는 섬이기도 하다. 아스라한 아침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면서 멀리 또는 가까이 다가오는 섬 모습을 정신없이 촬영하는데 “작가요. 뭔 사진을 그리 많이 찍어요. 여기 처음 오는 것이요” 좌우를 돌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본 선원이 사진작가냐고 묻는다. 1시간 달려 가사도 큰 산 아래 등대가 보이기 시작하자 신나게 달리던 가사 페리호가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가사 항으로 들어선다.

발가락섬 양덕도.
발가락섬 양덕도.

# 일제강점기 슬픈 역사가 남아 있는 곳

가사도는 동·서·남쪽에 3개 마을이 있다. 우선 등대가 있는 큰 산 쪽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멘트 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세 갈래 길이다. 안내판이 없으니 어느 쪽이 등대로 가는 길인지 몰라 서성거릴 때 마침 지나던 주민을 만나 등대 가는 길이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곧장 가면 등대가 나오고 산 중턱에 전망대가 있으니 그 곳에 오르면 가사도 전경을 볼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섬에 가면 사람 만나기가 그렇게 힘들다. 섬 어디 가면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어 난감할 때 가 한두 번이 아닌데 마침 지역주민을 만나 자세히 설명해줘서 고맙기 그지없다.

유명한 섬이야 안내 팜플렛이 있어 찾아다니기가 쉽지만 그렇지 않은 섬은 안내판 하나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섬들이 많다. 산 입구에 등대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니 멀리 등대가 보인다. 포크레인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 다가가 보니 마치 커다란 산사태가 났었던지 사방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장 앞에 써 붙인 문구가 이상해 자세히 살펴보니 이 곳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인근 섬 주민들을 동원해 광석을 채취하며 파헤친 곳을 복구공사 하고 있었다. 이 산 곳곳이 일제강점기 때 슬픈 역사가 남겨진 현장이란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가사도 선착장.
가사도 선착장.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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