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현 성읍 남쪽에 있는 남산(정의남)오롬
정의현 성읍 남쪽에 있는 남산(정의남)오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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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남산오롬

1136중산간동로를 타고 그 옛날 제주 3읍 중 하나인 정의 읍성인 성읍마을에서 남쪽으로 2㎞가 안 돼 보이는 첫 번째 마을이 신풍리다. 성읍리는 서귀포시 표선면이지만 남산오롬이 소재한 신풍리는 성산읍에서 남서쪽으로 첫 번째 마을이다. 성읍리(1136번도로)를 벗어나자마자 오른쪽 들판 가운데 나지막한 오롬 하나를 보게 된다. 바로 남산오롬이다.

남산오롬은 벌판 가운데 길게 누워 있는 게 여차 없이 누운오롬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읍리에서 1136번 도로를 타고 남산오롬이 소재한 신풍리 쪽으로 갈수록 오롬의 모습은 마치 표주박과 같은 모습이다. 조금 더 가니 남서쪽이 높고 북동쪽이 낮아서 굼부리가 두 개 달린 오롬인가 하였더니 오롬을 오르며 보니 밖에서 보던 모습과 전혀 다른 원형굼부리다.

그러고 보니 두 개로 보이던 굼부리는 남서쪽이 높고 동북쪽이 낮은 등성이를 이루고 있었다. 어쩌면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강수량을 보인 이번 장마는 남산오롬을 오르는 날에도 큰비를 뿌려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다시 차를 돌려서 오롬을 탐방하기로 했다. 한여름에 무성한 억새·개머루·망개(청미래)에 이슬이 옷깃을 적시니 낮은 오롬이나 탐방이 쉽지 않았다.

서쪽에서 등성이를 따라서 동쪽으로 향해 가는데 제주 무덤을 닮은 곳에 발을 멈춘다. 가만히 보니 필자가 이 오롬을 오르며 가장 관심을 가졌던 봉화대다. 아무런 표시도 없이 마치 자손이 없어서 버려진 골충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오롬이 남산이라 불린 것은 성읍리 바라 앞(남쪽)에 있기 때문이다. 이오롬은 정의 성읍의 첫 번째 봉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봉화는 동쪽으로 독오롬(독자봉), 서쪽으로는 돌오롬(달산봉)과 교신하는 삼각점에 위치한 아주 중요한 봉화이다. 이오롬은 위치상으로 볼 때, 정의남오롬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봉화가 설치되며 이 오롬은 남산봉(南山烽)이라 불려진 것이다.

조선조에 이르러서 제주도는 1목, 2현의 하나인 제주 동녘의 성읍 현성의 소재지인 성읍은 본래 성산읍 고성리에 있었다. 현재 성산읍 소재지가 ‘고성(古城)’이 된 것은 세종 5년(1423)에 안무사 鄭幹(정간)이 조정에 건의해 재가를 받고 진사리)晉舍里·현, 성읍리)로 정의현 소재지가 옮겨져 진사리는 현성이 되고 정의성이었던 곳은 현성이 생기므로 고성이 된 것이다.

현성이 옮기게 된 것은 우도 지경으로 왜구가 자주 침입하므로 제주 목사가 이를 직접 챙기고자 정의현에 속하던 우도와 종달리를 제주목으로 편입시키고 김녕현에 있던 방어소와 달리 별도의 진을 세우는데 우도와 종달리를 편입시켜 좌면 하도리에 별방진을 세우게 된 것이다. 이로써 정의는 왼팔을 잃게 되어 성읍은 진사리로 옮기게 된 것이다.

성읍에서 제일 높고 큰 오롬은 단연 영루오롬(영주산)이고 영루 그 남쪽으로는 남산(정의남)·본지·거린·어슴선이 오롬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남산·걸린오롬의 소재지는 성산읍 신풍리이나 본지오롬은 삼달리에 속하지만 이 세 오롬은 하나의 무리를 이루고 있다.

남산오롬은 이제껏 남산이라고 불려왔으나 제주도에는 오직 한라산 하나뿐이고 그 외로는 산·뫼·미·비·봉, 어떤 것으로 불려도 모두 368개 오롬 중 하나이다. 남산오롬은 영루오롬(영주산), 또는 정의현성의 남쪽에 있어서 그렇게 불렸을 것이다. 다르게는 망오롬이라고도 불렸으나 제주에서 망오롬은 너무 많기에 혼동을 피하려면 사용치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조선조의 제주 방어를 위한 3성 9진 중에 정의현에는 직할 봉화대 4곳, 서귀진 3곳, 수산진 3곳, 합하여 10개의 봉화대(烽火臺)가 있었다. 이 중 직할 봉화대는 토산·달산·남산·독산 4개가 있었는데 토산·남산은 망오롬, 달산은 달산봉, 독산은 독자봉이라 불렸다. 이후 통일할 필요가 있는데 봉화가 있던 25곳들은 ‘봉(烽)’이라 부르는 것도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남산(정의남)봉은 성산읍 신풍리 1875-21번지로 되어 있다. 번지가 산 번지가 아니고 일반(토지) 번지로 될 만큼 남산오롬은 높지 않다. 해발은 178.8m이나 비고는 고작 54m 밖에 되지 않는 나지막한 오롬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남산오롬은 동네 한바퀴를 돌고 북동쪽으로 신풍리 끝자락에 이른다. 신풍리에서 남산오롬으로 돌아가는 포장 된 외곽도로 좌우로는 크게 자란 벚나무가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하다. 신풍리에 문의했더니 내년에는 오롬을 정비할 계획이라 하니 기대해 본다. 오롬입구도 오롬 등성이로 나가는 탐방로도 없는 오롬, 그러나 오롬가의 말 타는 곳과 오두막이 정겹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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