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도, 구멍가게도 없는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섬
민박집도, 구멍가게도 없는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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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군도 서북쪽 끝 외해에 자리한 외병도(外竝島)
‘감투너머’로 가는 길목 헬기착륙장 하늘에서 본 외병도 전경.
‘감투너머’로 가는 길목 헬기착륙장 하늘에서 본 외병도 전경.

# 조도 서북쭉서 거센 파도를 막는 섬

해안선이 복잡하고 남북으로 길쭉한 형태인 외병도(外竝島)는 조도 서북쪽 끝 외해(外海)에서 온몸으로 거센 파도를 막으며 떠있는 면적 0.99㎢, 해안선 길이 5㎞의 아주 작은 섬이다. 내병도 와는 1.7㎞, 눌옥도는 1.8㎞로 삼형제 섬처럼 이웃하고 있으며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은 북동쪽 내구산(137m)이고, 서쪽은 완만하나 동쪽은 급경사를 이룬다. 북쪽에 좁은 목이 있고 그곳에 17가구에 20명이 사는 국립공원 마을이다. 1973년에는 28가구에 158명이 살았고, 외병도 분교 학생도 50명이었다고 한다.

외병도 역시 내병도와 마찬가지로 섬 생긴 모습이 갈매기처럼 생겼다해서 ‘갈미섬’이라 불렀는데, 외병도는 ‘밖갈미섬’, 내병도는 ‘안갈미섬’, 두 섬이 나란히 있어 ‘병도’라 불렀다는 설도 있지만 1914년 섬 이름이 공식화하면서 그 때부터 외병도라 표기되기 시작했다.

이 섬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800년쯤 김광용의 선조가 들어와 정착했고 이후 제주 최씨, 함안 조씨 등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었다.

내병도에서 배를 빌려 타고 10분여를 달려 외병도 선착장에 도착, 장어와 간자미 말리는 그물 바구니 몇 개가 어촌냄새를 풍긴다. 마을 앞에 있는 백사장은 넓거나 길지 않지만 아담하다. 입구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외병도마을 안내도’가 큼지막하게 세워졌다. 안내도에는 섬 곳곳의 지명을 표시해놨다. ‘땅끝’, ‘모레미’, ‘마불당’, ‘비아목’, ‘장구목’ 등 섬에 있는 해안 경관지를 표시해 처음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게 했다.

외병도 역시 양식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섬이 깨끗하다. 너무 조용해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다. 노인들이라도 나와 있어야 이야기를 나눠 볼 텐데, 기웃거리며 마을을 걷다 보니 교문 기둥 두 개가 서 있고 건물이 서 있던 곳은 잡초만 무성하다. 1950년 4월에 개교하여 1997년에 폐교된 상도초등학교 외병분교 자리다. 섬에서 젊은 사람들이 떠나자 폐교됐다고 한다.

조금 높은 언덕에 올라서자 헬기착륙장이다. 섬에 위급한 환자가 생겼을 때 긴급출동하는 헬기착륙장으로 우리나라 유인도마다 설치되어 있다. 마을과 섬을 한눈에 내려 볼 수 있어 드론을 띄웠다. 내병도, 눌옥도, 상조도 등 주변 섬들이 장관이다. 서쪽 끝자락 비아목 해안에 거대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해안으로 길게 길이 있는 것을 보니 섬 중간까지 갈 수 있겠지만 시간이 없어 다 돌아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감투너머’에 있는 등대까지만 다녀 왔다.

섬 서쪽 끝 비아목 해안.
섬 서쪽 끝 비아목 해안.

# 언덕 산비탈을 일궈 농업과 어업 겸비

남서쪽으로 길게 뻗은 지역은 해식애가 발달하여 기암절벽이고 마을이 있는 섬 북쪽 언덕 산비탈을 일궈 보리와 콩, 고구마등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다. 주변 해역에서 미역, 톳, 예전에는 꽃게 산지로 유명했었으나 지금은 많이 잡히지 않고 우럭 간자미가 많아 그나마 주민소득을 올리고 있다.

집집마다 큰 물통이 있는 것은 어느 섬이나 꼭 같은 현상이듯 외병도 역시 물이 부족한 섬이다. 빗물을 받았다가 생활용수로 사용하기도 하고, 가뭄이 심할 때는 급수선이 2~3차례와 물 공급을 하고 있다. 전력은 2001년 전라남도 ‘도서별 태양광 발전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진도군에서는 처음으로 태양광발전소를 건설, 전기문제가 해결됐을 때 섬 역사상 가장 기쁜 경사였다고 한다.

외해에 있는 외병도는 1816년 9월9일 영국함대 3척이 진도해역을 지날 때 이 섬을 ‘샴록 아일랜드‘로 표기했다. 그 때 내병도와 외병도에 상륙하여 주민들을 만난 기록에는 “섬에는 제법 땅을 일구어져 있고 주민들은 대체로 제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와 함께 모여 있었는데 우리가 지나갈 때 빤히 쳐다보았다. 또 섬 특유의 상황아래서 고기잡이로 상당부분 연명해오고 있는 것 같이 여겨졌다. 표적을 쏘는 사관들을 보기 위하여 우루루 몰려들었고 마실 물을 주기도 하며 그들의 소찬(素饌)중 일부를 주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우리 어깨를 붙잡고 밀쳐내더니 손가락으로 보트쪽을 가리켰다. 이 행동은 우리가 접촉한 지역 어디서나 한가지였다”고 적고 있다. (한국의 섬 이재언)

민박집도 없고, 구멍가게도 하나 없는 낙도 중 낙도다. 가끔 섬을 찾는 사람이나 낚시꾼이 찾아오면 마을회관 겸 노인회관에서 묵을 수 있으나 숙식은 자체 해결해야 한다. 아직도 때 묻지 않은 섬 중의 섬 외병도, 한 번쯤 들려 볼 만한 순수의 섬이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선착장에서 말리고 있는 간자미.
선착장에서 말리고 있는 간자미.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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