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 위기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온 기후 위기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08.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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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

올해 71~23일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은 16.95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았다.

최근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싼바오 지역은 역대 최고기온인 52.5도까지 치솟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동부의 협곡 데스밸리는 연일 50도를 웃돌고 있고,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은 한 달간 43도 이상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막식물인 선인장마저 말라 죽고 있다.

남극 빙하는 빠르게 녹고 있다. 현재 남극 해빙의 양은 1980년대 이후 최악일 때보다 20% 정도 적다고 보고됐다. 겨울 블리자드(눈보라)가 몰아쳐야 하는 데도 비가 내리고 있다.

지구 전체 얼음의 약 97%가 극지방에 몰려있고, 그 중 86%는 남극에 존재한다.

남극 얼음이 녹는 만큼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과 대규모 지하수 개발 등으로 수도인 자카르타가 급속도로 가라앉으면서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과거 지형적인 영향으로 전국에서 가장 더운 대구를 아프리카에 빗대 대프리카라고 부르고 최근엔 제주를 제프리카라고 표현했던 신조어조차 무의미할 만큼 전국이 가마솥이다.

제주는 아열대 기후로 접어든 지 오래다. 한때 ‘100년에 한 번 꽃 핀다고 알려질 만큼 개화가 드물었던 소철을 비롯해 워싱턴야자 등이 원산지와 비슷해진 기후로 매년 꽃이 핀다.

호우는 장마철에도 진득하게 이어지지 않고 열대성 소나기인 스콜 양상으로 내린다. 게릴라성으로 비를 뿌리고 강수량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보니 기상청 예보가 맞는다고도, 틀렸다고도 할 수 없는 웃픈지경에 이르렀다. 장마에는 도깨비’, ‘홍길동이란 말이 따라붙는다.

해수면 상승으로 도내 저지대는 점점 잠기고 있다. 산방산 용머리 해안 탐방로만 해도 과거엔 밀물 때도 수면보다 높았지만 2016년 이후 침수에 따른 출입 통제 일수가 연중 최대 302일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엔 용머리 해안 관람 통제를 안내하는 전광판이 설치됐다.

세계 기후 위기가 말 그대로 살인적이다. 폭염과 극한 호우, 이상 한파, 홍수, 가뭄, 산불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갈수록 빈발하는 재앙의 악순환에 빠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극한의 기상현상으로 기존 시스템이 무력화된 만큼 기후 위기 적응과 회복에 중점을 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위기 이전 기후 상황에 맞춰진 치수와 안전 등 각종 인프라가 전면적으로 혁신 보완돼야 한다.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탄소중립 강화 등 세계 기후 변화 완화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표면의 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파리협정)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 시대가 왔다대기는 숨쉬기 어려운 상태이며 더위는 견디기 힘든 정도라고 지적했다.

기후 위기 대응, 더 이상 미루기엔 실존적인 위협이 너무나도 크고 거세졌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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