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학대 사이에서
훈육과 학대 사이에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8.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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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동화 작가

얼마 전 학교에서 참담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자 공감과 분노를 느낀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무엇이 학교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며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학생의 인권만 강조한 나머지 이런 상황이 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근본 원인이야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데 교사 위에 학생 있고 학생 위에 학부모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 세상 탓 아닌가.

그러나 학생과 마찰이 생길 때 조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 교사만 무참히 베이고 상처를 입는 게 현실이니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닐 듯하다.

어느 교실이나 교사를 버겁게 하는 아이들이 몇 명은 꼭 있다. 학생이 난폭하게 교사에게 달려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부드럽게 타일러? 따끔하게 혼내? 부드럽게 나오면 아이들 눈엔 힘센 아이에게 꼼짝 못 하는 선생으로 보여서 덩달아 날뛸 것이고 큰소리로 야단치면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할 것이요, 맞대응하면 아동학대로 몰리니 훈육과 학대 사이에서 속수무책이다.

수없이 발생하는 아이들의 다툼과 갈등도 조정해야 하고 집단생활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선을 넘을 때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교사의 역할이다. 지도할 권한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책임만 추궁당하는 교사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오죽하면 새내기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나 싶다.

이번에 다른 교사를 폭행한 학생이 받은 처벌은 전학이다. 그런데 정작 폭행당한 교사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 했다 한다. 아마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다.

보호받을 학생의 인권은 태산 같은데 교사의 인권은 쥐꼬리만도 못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교사뿐 아니라 부모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학생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훈육이 사라진 학교나 가정이 난장판이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훈육과 학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은 교사뿐 아니라 부모도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조례 얘기를 해보자.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그런데 몇몇 시도의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학생의 성정체성, 성적 지향, 임신 출산 등의 사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고 성소수자도 그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된다는 내용까지 있다.

차별 말자는 건 이상적이고 좋은 말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을 넘어 방종을 조장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초등학생도 해당되는 조례에 과연 이런 조항이 타당한지 모르겠다. 제주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정하긴 했지만 논란이 되는 조항을 그나마 대폭 수정한 것으로 안다. 추측하건대 심의 과정에서 꽤 많은 고민을 했을 듯싶다. 

오해는 말자. 학생의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아니고 차별하라는 말도 결코 아니다. 조례라는 틀에서 누릴 권리만 강조할 게 아니라 지킬 의무도 동반한다는 걸 일깨워줄 교권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얘들아,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단다. 네 인권만 주장할 때 침해당하는 누군가가 있어. 이런 걸 제대로 가르쳐 줘야 하니까.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위기의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속히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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