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天倫)을 져버린 사람들
천륜(天倫)을 져버린 사람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7.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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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뉴스를 통해 부모들의 이탈을 보며 분노를 느낄 때가 많다. 

몇 년 전, 전 남편을 살해하고 의붓아들마저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고유정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자녀가 보기 싫다며 홀로 남겨두고 이사 가는 바람에 숨진 채 발견된 두 살 아이 사건, 생후 2주 된 아기가 자꾸 운다며 숨지게 한 부모, 열 살 조카를 숨지게 한 이모 부부의 욕조 학대 사건, 최근 자기가 낳은 아기를 야산에 매장해 버린 사건, 아이를 굶기고 학대해서 죽게 하는 사건 등 끔찍하고 참담한 사건들을 전해 들으면서 정말 몸서리가 돋아날 정도다. 

도대체 세상이 어느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기에 이런 사람들이 줄을 잇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한 아이들이 공포 속에서 스러져가는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천륜을 져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몇 해 전, 연극인 이광후 선생이 연출하고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연극 ‘가시고기’를 관람한 게 문뜩 떠오른다.

가시고기란 물고기를 소설화한 것을 연극으로 작품화한 것으로 아버지와 아들 간의 사랑을 그렸다. 

‘가시고기’는 지구상에 사는 생물 중에 단연코 자식에 대한 부성애가 가장 지극하다는 물고기다. 

이 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면 산란을 위해 무리 지어 하천으로 올라가서 일주일간의 민물 적응이 끝나면 산란 준비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새끼를 키울 둥지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모든 준비는 수컷의 몫이다. 둥지가 완성되면 암컷은 그곳에 알을 낳고는 탈진해 죽는다. 수컷은 암컷을 대신해 새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아무 것도 먹지 못하면서 수많은 침입자를 물리치고 지느러미를 이용해 부채질하며 산소를 갈아주는 등 잠시도 쉬지 않고 마지막 한 녀석까지 부화해서 안전하게 떠나보내기까지 최선을 다한다.

오직 새끼들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한 수컷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그토록 애지중지 지키던 둥지 앞에서 마침내 삶의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육체를 새끼들에게 내주고는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이처럼 가시고기 수컷은 죽어서까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하물며 인간의 탈을 쓰고도 제구실을 못 하는 부모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가족은 혈연의 운명적인 구성원이다. 자식은 자기의 피붙이면서 동시에 사회인이다. 자기 자식이기 때문에 자기 비위에 맞춰 아무렇게나 키워도 된다는 인식, 자기의 자녀를 자녀로 대하기보다 한 인간으로 나아가 사회인으로 대하려는 부모의 노력은 지켜야 할 하늘의 도리일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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