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한민국 연극제의 성과와 기대
제주-대한민국 연극제의 성과와 기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7.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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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지난 6월 15일 개막공연 ‘치마 돌격대’로 시작된 제41회 제주 대한민국연극제가 19일간의 장정을 모두 마치고 7월 3일 폐막하였다. 3주간의 기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다양한 공연과 행사들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열악한 제주연극의 환경을 고려할 때 이번 연극제는 그야말로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지역 본선 16개팀의 경연대회를 비롯하여 해외 초청 공연과 포럼, 야외 무대에서의 프린지(Fringe) 공연 등 이 기간에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연이어 진행됐다.

‘생명, 평화, 환경’이라는 슬로건과 ‘연극, 일상으로 스미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제주 연극계는 꽤나 야심차게 이번 연극제를 준비해왔다. 별다른 문제나 사고 없이 큰 대회를 무난하게 치른 집행위원들과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이번 연극제를 보고 느낀 소감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이번 연극제가 제주 연극계와 도민들에게 끼친 성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본선 경연대회에 올라온 지역 대표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대한민국 연극의 수준과 제주 연극의 위상을 동시에 살펴볼 좋은 기회였다.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서울 극단 ‘프로덕션 IDA’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팀들의 공연을 일시에, 그것도 무료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행운이라고 하겠다.

비록 제주 극단이 단체상 수상권에서 벗어난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이번 연극제를 통해 무대예술로서의 연극이 주는 재미와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제주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자극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도내·외 연극인들 간의 인적 교류와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청년 연극인들의 공동 작업이 눈에 띈다. 이번 연극제 부대 행사 중 하나였던 네트워킹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청년 연극인들의 창작과 실험, 그리고 교류의 장을 위해 마련된 네트워킹 페스티벌은 제주 예술공간 오이를 비롯하여 심사를 거친 도내·외 다섯 개의 극단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의 연령은 40세 이하로 제한되었으며 과제 수행과 관람, 그리고 토론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젊고 유능한 청년 연극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제주에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

셋째, 정형화된 무대가 아닌 일상의 장소에서 연극인과 도민 간의 적극적인 소통이 시도됐다. 

극장 야외 무대에서의 다양한 퍼포먼스와 오일시장, 해수욕장, 로터리 등에서 펼쳐진 거리극은 연극의 재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다만 모든 공연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어 관객동원의 측면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연극제에서 정민자 집행위원장은 오영훈 도지사에게 향후 제주 국제연극제의 유치를 제안했다.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제주 관광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형식적이고 단순한 몇 나라 끼워 넣기 식의 연극제는 아닐 것이다. 이전의 원희룡 도지사 시절에도 제주도립극단 창단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정치권에 연극의 미래를 맡기기에 앞서 도내 연극인들 먼저 참신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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