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민(제주도의회 의원), 그리고 김원(건축연구소 대표)…
고태민(제주도의회 의원), 그리고 김원(건축연구소 대표)…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6.0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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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요즘 제주가 딱 이 모양이다. 개발과 보전, 이 땜에 서로 삿대질이다.

저마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입바른 소리’를 낸다. 수습하는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난감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결국 딜레마에 빠지게 되며 나쁜 길로 유혹을 받게 된다.

이 때 나오는 ‘가장 교활한 결정’은 ‘안하면 그만’이다. 관료 사회에 뿌리내린 복지부동의 출발점이다.

#“관련 단체의견 들어봤나”

“난개발 방지와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녹지 지역 행위규제가) 필요한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준비한 뒤 해야 한다. 조례부터 개정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관련단체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경제를 표방하면서, (보전으로) 가는 것은 맞다고 본다. 그러나 설익은 것이다.”

최근 열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에서 고태민 의원(새누리당·애월읍)이 자연녹지에 건축규제를 강화하는 제주도의 도시계획조례개정과 관련해 강조한 발언의 일부다.

제주도는 도시외각을 감싸고 있는 자연녹지에 대한 난개발을 막아 무분별한 도시외연 확장을 차단하는 동시에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지연녹지 지역 행위억제를 골자로 하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 의원의 발언 취지를 요약하면 ‘지금 상황에서 조례개정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조례 개정안은 아직 제주도의회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제주다움 절대 훼손 말라”

“제주다움은 제주를 만들어낸 바탕을 지키는 것이다.” “바람과 돌 등 풍토와 자연이 제주의 자연이다. 제주의 경관을 좌우하는 첫 번째 요소다.”

“늘어나는 인구와 관광객 뒤치다꺼리에 치중, 제주가 과잉개발 되면서 제주다움을 잃어버리고 있다. 개발하지 않는 것을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바꿔야 한다.”

‘2016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문화세션 ‘아티스트 패널토크’의 좌장을 맡아 ‘세계적인 예술로 승화되는 제주다움’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던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제주에 난립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바람 많은 제주실정에 어울리지 않는 주거 양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간 등대 격인 ‘도대불’의 훼손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제주스러운 요소’를 절대 훼손하지 말라고 누차 강조했다.

#미래시대에 ‘흑역사’ 안 돼

이사위감(以史爲鑒)이란 말이 있다.

역사를 거울로 삼아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나타난 대표적 폐단이 ‘제왕적 도지사’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 4000개가 넘는 중앙정부 권한을 넘겨받아 말 그대로 지방정부 유일의, 최고 권력자가 된 제주도지사는 개발사업과 관련된 전권을 휘둘렀다.

문제는 그 권한이 선거를 치르면서 음습함을 담았다. 선거 때 짊어진 빚을 선거후 어떤 형태로든 갚아야 했고, 그 과정에 직간접으로 ‘개발 인허가 권’이 동원됐다.

물론 제주도의회도 한몫했다. 제주가 만신창이 됐다. 조상 대대로 제주를 지켜온 상당수 도민들이 ‘개발 노이로제’를 실토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에서 한발 짝만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면 집이 들어설만한 곳엔 대부분 번지르르 한 별장 형태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어쩌다 한두 채 현지 주민들의 집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대문이 굳게 잠겨있다.

주변엔 예외 없이 분양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헷갈린다. 평온하게 살아 온 주민들에게 위화감과 상실감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돈 될 만 한 곳은 죄다 굴삭기가 할퀴고 갔다. 그 중심에 자연녹지가 있다.

제주에 한라산국립공원이 있었기에 망정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국립공원’이어서 지방정부의 개입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주는 이처럼 스스로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나아가 제주 가치를 훼손시킨 ‘흑역사’를 갖고 있다.

그 흑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성세대들의 당연한 의무다.

미래세대에까지 ‘흑역사’를 덧칠하려 한다면, 역사에 반역이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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