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위기…제주해녀 문화 보존·전승에 최선"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위기…제주해녀 문화 보존·전승에 최선"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7.09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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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제주인] 4. 김계숙 제주해녀협회 회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제주해녀 삶의 의지 빼앗는 일"
"기후변화 등 제주 바다 환경도 악화…숨비소리 유지 위한 지원 필요"

제주인의 DNA는 특별하다. 육지와 고립된 섬이자 변방이라는 약점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극복하면서 그 삶의 궤적을 DNA에 새겼다. 그리고 DNA에서 발현된 제주인 특유의 정신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근본(根本)’이다. 공생을 위한 수눌음,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는 지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등은 제주인의 결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 대전환의 시대에 제주인의 정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래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무한 동력’인 제주인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본지는 올해에도 제주인 발굴 프로젝트 ‘2023 제주&제주인’을 시작한다. [편집자주]

지난 6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어촌계 해녀탈의장에서 만난 김계숙 제주해녀협회 회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제주 해녀 관련 현안을 얘기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평생 바다와 함께해 온 제주 해녀들의 마지막 삶에 대한 의지를 빼앗아 가는 겁니다.”

지난 6일 취임 한 달이 지난 김계숙(70) 제주해녀협회 제4대 회장을 대정읍 동일리 해녀탈의장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이날도 오전 내내 바다에서 물질을 한 후 동료 해녀들과 마무리 작업을 하다가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전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53년 해녀 생활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 해녀들의 가장 큰 현안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마자 준비했다는 듯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꺼내 들었다.

▲“왜 우리에게 위험을 주느냐”

김 회장은 원전 오염수 방류가 왜 해녀들에게 피해를 주느냐는 질문에 “물에 들어가서 작업하다가 나올 적에 숨을 토해내는데 날씨가 좋아도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 본의 아니게 바닷물을 먹는 경우가 많다”라며 “우리 경우에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바닷물을) 먹을 수가 있는데 (오염수를 마신다면) 그 기분이 어떻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원전 오염수 방류에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대해 “그러면 일본에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 왜 우리한테 위험을 주느냐”라며 “일본 내에서 처리를 하면 우리도 안심하고 주변 국가들도 원망하는 그런 게 없을 건데 그거를 바다에 방류하면 얼마나 원망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도내 해녀들의 분위기에 대해 “심각하다. 심각하다”라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우리가 잡아 봐도 먹을 사람이 없을 텐데 우리도 힘든데 해산물을 잡을 이유가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벌써 ‘수산물은 안 먹겠다’라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해녀들이 작업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라며 “안 먹는데 왜 잡아 와”라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다.

▲“제주바다에 희망이 안 보인다” 

제주 바다의 현 상황을 묻는 말에 김 회장은 “내가 대정읍 하모1리 출신으로 53년 동안 해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처음 해녀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처음 물질을 시작했을 때도 바다는 엄청 풍요로웠어. 바다에 들어가면 톳도 나보다 키가 더 컸는데, 20여 년 전부터는 톳이 자라기 전부터 썩어버리더라고…”라며 “바다 밑에는 백화현상이 너무 심해서 옛날에 보지 못했던 잡풀들이 너무 많이 자란다. 육지에서 핑크뮬리가 심어진 곳에 가면 분홍색이 지천인데 바닷속이 그렇게 돼 있어서 감태같은 것은 이제 나오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해녀를 시작했고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물질’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며 “해녀 하면서 2남 1녀의 자식들을 잘 키웠고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됐는데 이렇듯이 과거 해녀 생활에 희망이 있었다”라고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기후 위기로 인한 바다 환경 변화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 해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 변화로 해녀들은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라며 “제주 해녀들이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제주 바다가 죽어가는 것을 대변하는 것인 만큼 이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제주해녀의 숨비소리는 이어져야 한다”

김 회장은 제주 해녀 문화의 전승에 대해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등 세계적으로 제주 해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지금 제주 해녀들이 기후 위기와 고령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등 여러 가지 고통에 직면해 있지만 기회는 위기에서도 온다는 신념으로 제주 바다에서 해녀의 숨비소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제주해녀문화 보존과 전승·활용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제주 해녀들은 어업뿐만 아니라 농업에도 종사하는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삶을 살아온 만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 등 해녀 공동체 정신을 통한 제주 해녀 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서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 회장은 이어 “유네스코 등재 등을 통해 제주 해녀 문화의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제주도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전무한 상황에서 제주 해녀의 자긍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제주해녀협회가 구성돼 있지만 자체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제주 해녀 문화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적극적으로 예산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현재 보조금 형태의 지원이 아닌 다른 방안을 통해 제주 해녀의 숨비소리가 이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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