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제주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자유도시 
세계의 제주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자유도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7.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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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연 제주한라대 관광경영과 교수·논설위원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하면 ‘국제자유도시’란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한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의 롤모델로 삼은 싱가포르는 제주도의 40%도 안 되는 면적의 도시국가이다. 빈약한 국방능력과 말레이시아의 자원 공급에 의존하며 1965년 말레이시아 의회로부터 강제독립을 당했을 당시 총리 리콴유(李光耀)가 눈물을 보일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생존(survival) 이데올로기’를 내건 리콴유 모델은 초대 총리의 리더십 스타일과 개혁철학을 지칭하는 용어로써 경제 발전과 혁신, 투명한 정부 운영, 사회 공정성을 추구하는 모델로 현재 1인당 GDP가 아시아에서 1위로서 대표적인 국제자유도시로 만든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주한 싱가포르대사는 “자원과 내수시장이 아예 없는 싱가포르의 유일한 생존의 길은 외국인이 와서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국제자유도시를 구축하는데 규칙이나 공식은 없으며 그 도시 고유한 특성에 달려있다”라고 하며 제주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6월 초에 열린 제주포럼에서 제주한라대 김성훈 총장이 발표한 ‘제주의 역외금융센터(Offshore Financial Center)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역외금융센터는 비거주자 간의 금융 자유화 및 세금 면제와 같은 금융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중심지를 의미한다.

아시아지역에 새로운 역외금융센터(OFC)가 필요한 시점에서 유일한 대안 지역은 한국이며 제주가 국내 유일한 무비자지역으로서 역외금융센터 설립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금융 규제 완화와 디지털금융센터 설립의 필요성 또한 제시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2025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 관련 전문가포럼’에서 제주의 유치 전략에 관한 토론이 있었다. 1991년 APEC 정상회담이 한국에서는 서울에서 처음 열렸고 2005년은 제주가 부산과의 유치경쟁에서 지면서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2025년 APEC 정상회담은 국내 유치는 확정되었고 인천, 경북, 부산과의 유치경쟁에 대비한 제주의 전략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제주에서 열려야 할 당위성과 명분은 충분하지만 실제 행사 진행 실행력의 제약으로 제일 먼저 했던 걱정은 공항과 컨벤션센터와 같은 인프라의 취약점이었다. 그리고 날씨, 정치적 파워, 제주컨벤션센터가 벗어야 하는 비리 의혹과 같은 변수들의 방어 전략도 미지수였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알게 된 외국인 대상 ‘제주올레의 워킹메이트 양성과정’을 접하면서 제주 국제화의 방향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2022년에 15년이 된 제주 올레길(437㎞)이 1200년 역사를 지닌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800㎞)과 공동 완주제를 도입하였다고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자는 연 30만명 이상이며 제주 올레길 완주자는 연 6000명 수준이다.

사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서명숙 이사장 개인이 1코스부터 시작하여 16년 동안 27코스의 올레길을 만들고 현재는 우정의 길과 자매의 길로 세계에 ‘제주올레’를 수출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4월 1일부터 제주올레를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안내자를 위한 양성과정을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나라도 개인이 길 하나하나에 지역 이야기를 담아내며 길들을 만드는 일은 드물고 불가능한 일이며 제주 출신이어서 가능했고 천년이 넘는 산티아고의 역사에 비하면 16년의 결과는 장족의 발전이다.

제주의 탈중국화가 국제화가 아니듯 국제자유도시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여건과 인프라 구축은 가장 시급한 문제이긴 하다. 빨리 터트린 샴페인 운운했던 한국의 88서울올림픽조차 한국의 세계화 도약의 발판이 되었듯이 제주도 국제 행사 유치를 위한 준비로 당면한 제약과 취약점들을 극복하는 과정들로 인하여 떠오르는 부사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하여 이번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는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제주의 세계화가 아닌 세계의 제주화. 

‘한류’(韓流)라는 아시아 중심에서 ‘K-culture’로 세계적인 도약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한국적인 콘텐츠였기 때문임을 명심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모델에서 취할 점은 취하되 제주를 너무 서구적인 세계화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와 제약들이 있음에도) 세계의 제주화를 위해 제주는 제주만의 방식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 믿는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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