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외교관 초청, 제주 역사 알리기의 의미
개발도상국 외교관 초청, 제주 역사 알리기의 의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7.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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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지난달 23일부터 3일간 키르기스스탄, 몽골, 아프가니스탄, 체코,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9개국 주한 외교관을 초청한 가운데 제주 역사 문화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세계유산본부)의 보조를 받긴 했으나 비정부기관에서 주관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제주에 머물면서 고택종갓집에서의 해녀 문화 체험과 서귀포 천지연 주변에서 1만8000여 신(神)들의 향연을 퍼레이드 형식으로 체험하였고 이어 서귀포 앞바다를 무대로 신들의 세계로 가는 야간 선상 유람선을 통해 칠십리해안을 둘러보았으며, 둘째 날에는 알뜨르비행장, 옹기 만들기 체험 후 ‘자청비의 초대’라는 주제로 펼쳐진 서귀포문화재 야행에 참가하였고, 마지막 날에는 국제제주평화센터 등 제주지역 문화유산을 둘러본 후 이도하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알제리 벤사브리 대사는 “그저 대한민국 최남단 섬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아픔으로 얼룩진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는 사실과 그러한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소중히 가꿔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라고 운을 뗀 뒤 “기회가 될 때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려 나갈 것이며 무엇보다 우리에게 관심을 표명해주고 초청해 주심에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또 말레이시아 림 주에 진 대사는 “과거 탐라는 유배지였는데 시간을 되돌려 다시 그 시절이 온다면 저를 가장 먼저 유배 보내달라”라며 아름다운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필자는 지난해 중앙언론 기자의 칼럼 ‘어느 개도국의 하소연’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우리나라는 소련이 해체되며 독립한 중앙아시아와 수교한지도 30주년이 되고 있다. 특히 중남미 및 중동 20여 국과 수교한지도 60년이 되면서 세계 114개국이 서울에서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의 어느 외교관은 “미국 같은 서방 강국들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는 있지만 우리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라며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정부가 중앙아·남미·아프리카 등에 대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소홀하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 대사관를 개설한 제3세계·개발도상국들은 전쟁 폐허를 딛고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강국을 이뤄낸 한국 사례를 배우기 위해 자국의 엘리트 대사관을 파견했을 것이다. 세계 신흥 문화강국답게 우린 그들의 눈물겨운 하소연을 귀담아들을 필요성이 있다.

제주에서 민간단체 주관으로 첫 개최된 이번 행사 역시 개도국 외교관의 섭섭함을 한꺼번에 닦아주지는 못 할 것이고 제주 역사에 대한 인식이 하루아침에 각인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그들의 뇌리에 그 어느 지자체에서도 행해주지 않았던 관심과 배려는 감명 깊게 다가서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며 나아가 제주 역사 문화를 자국민에게 새겨준다면 그 의미만으로도 제주 역사 문화는 전국화를 뛰어넘어 세계화를 부르짖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그 의미를 부여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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