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민 여성 고향방문 통해 가족의 소중함 느껴"
"결혼 이민 여성 고향방문 통해 가족의 소중함 느껴"
  • 베트남 호치민=부남철 기자
  • 승인 2023.07.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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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V제주방송.JDC 공동 주최, 국제로타리 3662지구 후원
'러브인 제주 고향에 갑니다’ 베트남 방문단 현지서 가족 만나
‘러브인 제주 고향에 갑니다’ 베트남 방문단이 지난 24일 베트남 하우장성에 있는 이서정씨 친정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남철 기자
‘러브인 제주 고향에 갑니다’ 베트남 방문단이 지난달 24일 베트남 하우장성에 있는 이서정씨 친정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남철 기자

‘떨어져 있었지만 가족은 언제나 곁에 있었다’

일상 생활의 바쁨과 코로나19의 여파로 친정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을 찾은 기억은 코로나19 이전에 멈춰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 결혼 이민 여성들이 10여 년 전 이별의 눈물을 흘리면 떠나온 베트남의 친정으로 가는 시간은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KCTV제주방송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사장 양영철, 이하 JDC)가 공동 주최하고 국제로타리 3662지구(총재 김경란)가 후원한 ‘러브인 제주 고향에 갑니다’ 베트남 방문단으로 제주국제공항에 모인 결혼 이민 여성과 가족 등 7명은 설렘의 기쁨을 감추지 못 했고 이들을 만난 현지의 가족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 했다.

본지는 제주에서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성실하게 살고 있는 이들 가족의 고향 방문에 함께 했다.[편집자주]

이서정씨(오른쪽)가 매일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 보 티 긴씨의 손을 꼭잡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남철 기자
이서정씨(오른쪽)가 매일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 보 티 긴씨의 손을 꼭잡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부남철 기자

▲손녀, 꿈에 그리던 할머니를 보다
2006년 결혼 후 17년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가정은 물론 지역 사회 봉사활동에서 적극 참여해 시댁은 물론 이웃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는 이서정씨(40).

베트남 하우장성에 있는 이씨의 친정 집에는 할머니 보 티 긴씨가 이씨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올해 93세이신 할머니가 생전에 이씨를 꼭 한 번 보고 싶어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단 참가 신청을 했다.

지난 24일 손녀를 만난 할머니는 이제는 마흔이 된 손녀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이씨는 “할머니가 한국으로 시집가는 것을 끝까지 반대하셔서 결혼 후에도 할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났는데 이렇게 할머니를 뵐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는 연신 손녀와 함께 온 방문단에게 “고맙다. 고맙다”라며 말을 잇지 못 했다.

이씨의 할머니는 이날 손녀와 함께 또 다른 큰 선물을 받았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손녀가 딸을 낳아서 같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외증손녀인 신다혜양(10)은 이날 만남의 가장 소중한 선물이었다.

외할아버지 부이 땅 둥씨(70)와 외할머니 후이 티 느엉씨(70)는 오랜만에 만난 외손녀를 끊임없이 쓰다듬으며 애정을 표현했고 다혜는 할아버지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연신 뽀뽀를 하는 등 온갖 어리광을 부리며 가족들의 웃음꽃을 피워냈다.

사위 신동훈씨(56)도 “오랜만에 처갓집을 찾아뵙게 돼서 죄송하다”라며 “고생한 아내가 가족들을 만나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라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애타는 모정
지난 23일 베트남 호치민 시내에 있는 빈 비엔 초레이 종합병원을 찾은 김로완씨(39)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재혼을 해서 우리나라로 오게 된 김씨는 첫 결혼에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에 두고 온 둘째 아들이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고 이번 방문을 통해 그 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병원 측은 “코로나19의 영향과 아들이 입원해 있는 중환자실의 규정 상 바로 면회를 할 수 없다”며 김씨의 면회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타는 모정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눈물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김로완씨(사진 왼쪽 두번째)와 함께 베트남을 방문한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오른쪽 두번째)과 양정인 다사모 봉사단 회장(맨 오른쪽)이 지난 24일 김씨의 어머니 윙 티 뚜잇씨와 베트남 전통 제사 음식을 만들고 있다. 부남철 기자
김로완씨(사진 왼쪽 두번째)와 함께 베트남을 방문한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맨 오른쪽)과 양정인 다사모 봉사단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4일 김씨의 어머니 윙 티 뚜잇씨와 베트남 전통 제사 음식을 만들고 있다. 부남철 기자

다음 날 베트남 끼엔장성에 있는 김로안씨(39)의 친정에 들어섰을 때 김씨의 가족과 친척들은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오랫만에 고향을 찾은 김씨를 위한 음식이라고 생각했으나 어머니 윙 티 뚜잇씨는 “내일(25일)이 할머니의 제사날이어서 제사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마침 로완이가 오게 돼서 할머니가 무척 기뻐하실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같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이모 윙 킴 융씨(82)는 계속 음식을 만들면서도 로완씨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 했고 “로완이는 어릴 적부터 ‘스위스 리틀 걸’이라고 불릴 만큼 귀엽고 이뻤다”라며 “오랜만에 왔는데 맛있는 것을 먹게 해주고 싶다”라고 애정을 보였다.

김씨는 아버지 후인 반 떰씨(74)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부모님들이 맛있는 것을 해주고 싶어 하시는데 그저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며 울먹였다.

김미향 JDC과장(맨 왼쪽)이 지난 24일 김로완씨 어머니와 이모에게 준비해 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부남철 기자
김미향 JDC과장(맨 왼쪽)이 지난달 24일 김로완씨 어머니와 이모에게 준비해 간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부남철 기자

이번 방문을 공동주최한 JDC를 대표해 함께 방문한 김미향 과장은 “결혼 이민 여성들이 가족들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라며 “결혼 이민 여성들의 의미있는 고향방문이 지속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이뤄진 이번 고향방문에서는 이씨와 김씨 가족 이 외에도 김호연씨와 양석운씨가 베트남의 가족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베트남 호치민=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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