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마약 퇴치의 날에 즈음하여
세계 마약 퇴치의 날에 즈음하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6.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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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중독전문가

오는 6월 26일은 국제연합(UN)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마약 남용이 없는 국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지정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World Drug Day)이다.

이날은 전 세계적으로 마약 중독자와 마약 거래 범위가 늘어나면서 그 폐해의 심각성이 우려·대두됨에 따라 제정됐다. 매년 6월 26일로 이는 청조 말기인 1839년 중국의 한 지방 총독이 영국 상인으로부터 압수한 1000t 이상의 아편을 소각·폐기했던 날에서 따 왔다.

이 기념일에는 세계 여러 나라가 마약류 사용 및 유통을 근절하고 마약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기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민간단체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매년 약물 남용 예방 및 재활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최해 왔으나 법정 기념일로 제정된 것은 2017년 4월 18일 정부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부터이다. 

이후 매년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맞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류 퇴치 정책 및 중독자 회복 지원, 그와 관련된 캠페인과 콘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며 ‘마약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도 최근 하루가 멀다고 마약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마약 청정국’의 명예는 옛말이 됐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SNS에서 마약류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를 보면 유명 배우 유아인의 다종의 마약류 투약 사건을 비롯하여 조직적인 마약류 밀수 및 투약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유명 연예인 마약류 투약 사건들이 우리에게 더욱 충격을 주는 이유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할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도덕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연예인 마약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데에는 상업화, 가족 해체, 쾌락 추구 등 사회적·병리적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염려스러운 점은 아직 가치관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우상인 연예인들을 모방하여 마약류 사용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마약류 문제가 주요 언론에 거의 매일 등장하면서 마약류 사용에 대한 죄의식 상실,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의 접근 용이 등 일반인들도 더 쉽게 마약류를 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이 마약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면 머지않아 적지 않은 가정이 마약류 및 약물 남용 문제를 앓게 될 것이며 더 이상 ‘마약류 청정 국가’의 명성을 되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마약류 문제를 내버려 두면 건강한 개인의 일상을 파멸로 몰아갈 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체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사회와 국가의 발전이 정체되거나 퇴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가 마약류보다 못하지 아니한 술과 담배는 규제하지 않고 유독 마약류만 규제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마약류의 확산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해악이 큰 것만은 틀림이 없기 때문에 단속이 대상이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충동에 의한 살상이나 강간과 같은 강력 범죄 등 중요 범죄가 늘어나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마약류 중에는 진정제와 같이 투약할 경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싶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오히려 범죄를 억제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마약류를 복용한 상태에서 살상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방관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강력하게 단속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약 없는 청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어느 한 집단이나 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사회 전체적인 치안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구성원 각자의 노력이 모두 함께 더해지는 범국가적인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약류 사범을 엄정하게 처리하고 사회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정부 관계 부처에서는 마약류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효성 있는 마약류 관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잠시라도 방심하면 파멸이라는 생각으로 마약류 범죄 사전 예방에 함께 나서길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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