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6.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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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주지역의 지속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하여 LNG 발전소 추가 건설계획을 반영하였더니 시민단체의 반대성명이 나왔다.

10년 전만 해도 LNG 발전은 청정연료로 우리 도의 숙원사업이었다. 제주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해 생각이 같고 같은 편이라 여겼던 필자는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우리에게는 20여 년 전 석유발전기 일색이었던 발전설비를 우선 LNG 발전소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를 통한 탄소 없는 섬을 만들자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설명을 하려고 만남을 청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한 달여 후 풍력 공공자원화 관련 공청회에서 생각지도 못 한 충돌이 있고 나서 두 번째 만남을 청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거절에 굳이 필자의 생각과 입장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꼈다. 각자의 역할로 각자의 길을 가야 함을 알았다. 예나 지금이나 필자는 그분의 지혜로운 주장으로 지혜로운 반대를 해주심을 감사히 여긴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제주의 에너지 전환은 온전히 우리 제주도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비용의 문제가 가장 크다. 제주는 원전이나 석탄화력 등의 발전원가가 낮은 대형발전소가 없는 전력공급비용이 상당히 높은 지역일 수밖에 없었지만 발전 연료를 청정연료로 전환하고 전국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을 4배나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도정과 지역 시민단체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낸 열정의 결과다.

탄소 없는 섬을 목표로 하는 도정 역시도 10차 전력수급계획과 관련한 몇 차례 회의에서 LNG 발전소를 추가하지 말고 다른 대안이 없는지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했지만 남아있는 석유발전기를 대체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하는 데에 LNG 발전소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제주에는 낮 시간에 태양광 발전만으로도 전력을 공급해도 될 만큼 많은 태양광 발전소가 있지만 여름철 저녁 시간에는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대용량 저장장치를 건설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저녁에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대용량 저장장치보다는 LNG 발전소를 추가하는 것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고 훨씬 경제적이다.

하지만 도의 요구를 반영하여 10차 전력수급계획에는 LNG 발전소 건설만 반영한 것이 아니라 대용량 저장장치를 매년 추가 건설하는 계획도 반영하였다. 대용량 저장장치 도입계획은 도정의 끊임없는 요구와 시민단체의 주장 덕분이라 할 수 있다. 

30년 전 필자가 한전에 입사하였을 때 제주도 전력공급비용이 상당히 비싸지만 전국과 똑같이 싼 요금으로 받고 있으니 제주도 사람으로서 동료들에게 커피 한 잔씩 사라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필자는 감사하다는 말로 때우면서도 속으로는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주도만 탄소 없는 섬’ 누구 돈으로 하느냐는 그분들의 입장과 정서가 이해된다. 

탄소 없는 섬 제주. 청정에너지 대전환에 필자 또한 제주를 사랑하고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열정을 다하면서도 제주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책임지고 그 비용 부담의 주체를 간과할 수 없는 실무책임자로서 언제나 냉정한 판단을 하고 또 할 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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