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공간 속 조선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책
해방 공간 속 조선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책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6.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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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조선(재미한족연합위원회 1948)

임정 지원 재미한족연합위원회가 펴내
정치·경제부터 문화·교육까지 나눠 담아
해방조선(재미한족연합위원회 1948) 표지.
해방조선(재미한족연합위원회 1948) 표지.

요즘 우리 서점에 입고되는 책들은 거의 다 비교적 신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봐야 출판된 지 최소한 몇 해는 지난 책들이지만 우리 같은 헌책방의 기준으로 따지면 ‘묵은 책’의 범주에선 벗어난 놈들이기 때문이다.

겉표지도 깔끔하고 종이 때깔도 좋으니 깨끗한 헌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안성맞춤이어서 인기는 좋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명색이 헌책방인데 그래도 ‘묵은지’가 좀 들어와야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들춰 보는 재미가 쏠쏠한 데 싶기 때문이다.

일단 눈이 즐거운 책들은 그건 그것대로의 보는 맛이 있지만 묵은 놈들은 보기엔 칙칙해도 그 책만의 매력을 조금씩 찾아가는 맛이 있다. 출판된 후 세월이 제법 흐른 책들은 온몸에 그들만의 사연을 품고 있게 마련이어서 그걸 조금씩 역으로 찾아가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막 출판된 신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헌책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그런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게 헌책방의 묘미(妙味)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런 매력 만점인 책 한 권을 소개해 보련다.

바로 ‘해방조선’(1948)으로 제목 그대로 해방 공간 속 조선의 이모저모를 크게는 정치와 경제의 혼란으로 작게는 문화·교육·교회 등으로 나누어 담은 책이다.

이 책을 펴낸 재미한족연합위원회는 1941년 미국 하와이에서 재미 독립운동단체들이 연합해 설립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재정적 후원과 외교활동을 지원하고 미국 본토에서 한국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고자 노력했던 독립운동단체다.

해방조선(재미한족연합위원회 1948)에 수록된 대표대회 의원과 부인회 간부 사진.
해방조선(재미한족연합위원회 1948)에 수록된 대표대회 의원과 부인회 간부 사진.

해방 후에는 국내에 대표단을 파견해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적인 입장에서 자주적인 통일국가를 수립하고자 노력했으나 당시의 혼란한 정치 상황 하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 해 아쉽지만 그 과정에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고 들은 것을 거두어 기록’해 ‘다른 날 남북통일과 국가재건에 있어 이 현상을 회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1948년 미국 LA에서 펴낸 게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서는 이승만 박사에 대해 ‘내홍과 분열을 조장’하고 ‘자기의 개인세력을 확대’한 결과 ‘통일되었던 사회와 교회가 분열되고 당파 싸움으로 사회도덕이 부패하기 시작’했고 이로부터 이승만의 ‘분열 운동을 성취하였으나 민중 후원은 몰락’해서 ‘우리의 운동은 정체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하고 있어 주목되는 바이다.

이러한 평가가 포함된 까닭에 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된 이유와 왜 널리 알려지지 못 하고 이렇게까지 보기 드문 희귀본이 됐는지에 대한 답으로 너무나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 아닌가 싶다.

독립운동단체에서 낸 이 책을 증정받았던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제강점기 밀정(密偵)으로 활약(?)하다 의열단에 의해 처단된 부일배의 딸이고 그녀의 어머니 또한 대표적인 친일파 여성으로 유명한 이의 언니다.

그들이 설립한 모 학교에서는 반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파 99인’(돌베개 1993)과 같은 책을 여전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책’이라는 이유로 구입할 수 없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후손들에게 감추려고만 하는 이웃나라의 몰지각한 처사에 열 받는 우리라지만 조상들의 잘못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이들은 또 어떻게 볼 것인가. 여전히 친일파(親日派)라서 유유상종(類類相從)하는 건가.

해방조선에 수록된 한반도 지도.
해방조선에 수록된 한반도 지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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