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선율로 동고동락 40여 년...겹겹이 쌓여가는 화음"
"금빛 선율로 동고동락 40여 년...겹겹이 쌓여가는 화음"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3.06.04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동네 교악대 (3) 제주중앙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제주중앙고 윈드오케스트라

40여 년 역사를 가진 제주중앙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는 1976년 50인조로 창단, 이듬해 첫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이 윈드오케스트라는 오늘 날 단원들에게 사춘기 시절 음악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며 각자의 재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본교 출신인 부모를 따라 자녀가 같은 학교 오케스트라에 입부한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 금빛 선율로 지역사회와 소통

제주중앙고윈드오케스트라가 1976년 발대식 이후 시가행진을 하는 모습.
제주중앙고윈드오케스트라가 1976년 발대식 이후 시가행진을 하는 모습.

1976년 창단한 제주중앙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는 이에 앞선 1975년부터 김충한 음악교사 지도로 야심차게 준비됐다.

50인조 악기를 구입하고 당해 여름방학을 통한 합숙 훈련으로 기량을 향상 시켜 김황수 전 제주도교육감이 참석한 교련 지도 방문 시 연주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

초창기 단원으로 활동한 주요 인물은 제주시립교향악단(현 도립제주교향악단) 단무장을 맡았던 김규진, 제주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임영남, 도내 음악교사를 역임하며 오케스트라 활성화에 기여한 김수봉 등이었다.

제주중앙고 윈드오케스트라는 1976년 발대식을 가진 뒤 도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가행진을 벌이는 등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또 이들은 이듬해 제주시민회관에서 당시 음악행사를 접하기 어려웠던 도민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고자 제1회 음악제를 개최했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치러진 이 행사는 50인조 교악대 단원의 연주와 100여 명의 혼성합창으로 진행됐다.

학생은 물론 시민과 학부형 동문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대성황을 이뤘다.

이듬해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린 2회 음악제도 학생과 시민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다.

1980년부터는 개교 27주년을 맞아 음악제를 제상예술제로 확대 개편해 음악제와 무용제, 연극제, 상업미전 등 종합 행사로 치르기 시작했다.

오늘 날 이 축제는 중앙축제로 이름을 바꿔 치러지고 있다. 이중 음악제가 계속해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 다른 소리로 만드는 화음의 기쁨

지난해 12월 2022 중앙축제에서 제주중앙고 윈드오케스트라 연주 장면.
지난해 12월 2022 중앙축제에서 제주중앙고 윈드오케스트라 연주 장면.

“혼자 연습했을 때 밋밋했던 부분이 음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화음이 되는 그 과정이 굉장히 짜릿한 것 같습니다.”

제주중앙고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다른 소리로 화음을 이루며 각자의 추억과 꿈을 쌓아나가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의 부장을 맡고 있는 홍석란 학생(호른)은 입부 계기로 “아빠가 중앙고 졸업생이고 또 관악부셨기에 원래 관심이 많았고,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들어가게 됐다”며 “관악 부장을 맡으면서 제게 없던 책임감이 생겼고 또 입부 당시 꿈을 음악으로 정했었는데 이 꿈이 내게 맞을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하면서 정말 제가 원하던 꿈을 찾을 수 있던 계기였다”고 말했다.

또 합주를 통해 배운 것에 대해 “도레미파솔라시도 음을 내면서 그 음의 맞는 호흡법을 찾고 가장 기본적인 곡들을 연주하며 천천히 합주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된다”며 “여럿이서 연주했을 때 그 웅장함을 특히 좋아한다. 여러 소리가 모여 화음이 되는 과정이 즐겁지만 한명이 틀리면 다 같이 틀려버리기에 이러한 점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홍 학생은 “교악대 활동으로 행복을 얻고 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주회가 얼마 안 남은 날에는 다같이 늦게까지 연습하면서 놀았던 그 시간과 그 관악실에서 합주하고 떠들고 혼나고 울고 했던 그 시간들이 저에겐 너무 행복이었다”며 “제 꿈이 음악은 아니지만 3년 간 얻었던 경험들로 꿈을 멋지게 이루고, 다시 후배들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 동고동락한 추억, 한 가지 더 배웠다는 자부심

바순을 전공한 관악인 김행중 지도교사는 “1976년 창단한 제주중앙고 윈드오케스트라는 1977년 제1회 정기연주회를 열고 이후 1970∼80년대 역전마라톤, 체육대회 응원, 한라문화제 개최 등 각종 문화행사에 참가해왔다. 또 매년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졸업생 중 현직에 있는 주요 뮤지션으로 KBS교향악단 바순 부수석 고주환, 성남시립교향악단 콘드라베이스 연주자 문석주, 코리아심포니 호른 연주자 김정환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지도교사는 단원들을 지도하면서 “단원들은 사춘기 시절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면서 지내온 진한 동료애를 느끼고 있다”며 “졸업생들은 교악대를 통해 동료들과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추억, 다른 친구들 보다 한가지를 더 배웠다는 자부심을 얻고 갔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지도교사는 “음악은 학생들을 변화시킨다”며 “사춘기 시절 학교를 거의 포기한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그 학생은 결국 그 과정을 극복하고 음대를 진학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케스트라 활동은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악기, 인원, 장소, 예산도 물론 중요하지만 관리자, 지휘자의 사명감과 희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