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우는 뱃소리에 신비로운 거금도 자태 드러나
새벽을 깨우는 뱃소리에 신비로운 거금도 자태 드러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6.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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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낙타 모양의 10번째 큰 섬 거금도(居金島) - 1
고흥 녹동항에서 새벽에 바라본 거금도.
고흥 녹동항에서 새벽에 바라본 거금도.

# 조선 전기의 중요한 목장 가운데 하나였던 거금도

제주에서 배를 타고 고흥 녹동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큰 산 두 개로 이뤄진 섬이 거금도(居金島)다.

고흥반도 서남쪽 도양읍에서 2.3㎞지점에 적대봉(592m)과 용두봉(419m)이 우뚝 서 있어 경사가 급한 편으로 면적은 64.765㎢, 해안선 길이 69.32㎞로 우리나라 섬 중에선 일곱 번째 큰 섬이었으나 최근 다른 섬들이 방조제 공사로 면적을 늘리는 바람에 지금은 열 번째로 밀려났다. 거금도 주변에는 연홍도·허우도 등 유인도와 형재도·독도·오동도 등 무인도가 흩어져 있다.

거금도는 소록대교를 거쳐 두 개의 작은 무인도를 끼고 S자형으로 개설된 거금대교는 총연장 2028m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주탑 두 개를 케이블로 상판과 연결한 사장교로 이 대교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섬이 아닌 섬이 되고 있다. 거금도를 조선 시대에는 절리도(節吏島) 또는 거억금도라 부르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이 섬 절이도는 주위가 270리인데, 물과 풀이 모두 풍족하여 말 800필을 방목할 수 있다”며 말을 기르기 위해 가까이 있는 선군(船軍)을 동원해 목장성을 축성하면 훌륭한 목장이 될 것이라는 주청했다. 축성 당시 절이도 목장에는 364필을 방목할 정도로 조선 전기의 중요한 목장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한국의 섬 이재언)

거금대교를 지나 바로 연홍도를 가기 위해 신양선착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왔는지 선착장엔 가로등 불빛이 한가롭다. 해가 뜰 시간인데 사람들을 볼 수가 없어 서성거리고 있을 때 작은 보트가 굉음을 내며 선착장에 들어온다.

가까운 섬에 사는 주민이 새벽 나들이를 나왔는지 짐을 내리고 바삐 뱃머리를 돌린다. “혹시 연홍도쪽으로 가시는지요. 연홍도 가는 배는 몇 시에 있습니까”, “뱃시간은 잘 모르는디 버스가 와야 연홍도에서 배가 나올거요. 이 새벽에 뭐하러 왔다요”, “연홍도 돌아보려고 왔습니다”, “기다려 보쇼. 버스가 와야 손님이 있어 배가 오지라” 한참을 기다려도 배가 올 생각을 않는다. 그럼 먼저 오천항으로 가 시산도 가는 배 시간을 알아보고 다시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오천항을 향했다.

전설의 프로레슬러 박치기왕 김일 기념체육관.
전설의 프로레슬러 박치기왕 김일 기념체육관.

# 박치기왕 故 김일 선수의 고향

신양항에서 작은 도로를 따라 나와 27호 국도로 면사무소를 지나 가까운 곳에 김일 기념체육관이 보인다. 1960~1970년대 전설적인 박치기 프로레슬러 고(故) 김일 선수의 고향이 거금도다. ‘박치기 왕’으로 국내 최고 인기를 누렸던 그는 1929년 거금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184㎝의 거구였던 김일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각종 씨름대회를 휩쓴 장사였다고 한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박치기로 인기를 끌었던 우리의 영웅이었지만 말년에 박치기로 인해 큰 고생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기념관 앞에는 생가와 그가 잠든 묘역, 기념비가 있다.

거금도는 전국의 섬 가운데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온 것도 김일 선수의 공로라고 이곳 주민들은 말한다. 경기가 끝나면 박정희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로 초청하여 식사를 할 정도로 박대통령도 열열한 팬이었다고 한다.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자 그를 불러 “임자의 희망이 뭐냐”고 묻자 “제 고향 거금도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입니다”라 말했고 그래서 청와대지시로 거금도에 전기시설이 일찍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거금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모래가 고운 익금해수욕장.
거금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모래가 고운 익금해수욕장.

# 모래가 곱기로 유명한 익금해수욕장

27번 국도 ‘대신로’ 해안도로가 시원스럽게 개설·포장돼 섬을 찾아다니기가 쉽다. 시원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리기 20분, 해안가에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거금도 대표해수욕장 익금해수욕장이다. 고흥군은 ‘해수욕장 천국’이라 할 만큼 해수욕장이 많지만 거금도 익금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기로 유명하다.

여름이면 고흥사람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밀려든다는 익금해수욕장은 2.5㎞에 달하는 은빛 모래가 넓은 해수욕장을 가득할 뿐 아니라 푸른 남해의 파도를 함께하고 주변에는 오래된 소나무 숲이 있어 더욱 인기가 좋다. 이 일대에 소익금 해수욕장과 금장 해변 해수욕장이 함께 있어 피서객들로 넘쳐난단다.

금장해변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니 앞에 제법 큰 규모의 항구가 보인다. 오천항이다. 거금도를 도는 48㎞ 중간지점인 오천항, 입구에 커다란 자연석에 ‘국도 27호선 시점 오천항’이란 표석이 세워졌다.

국도 27호선 시점이면 고흥반도를 내려와 거금대교를 거쳐 오천항이 국도 27호 시점이 되는데, 항상 지도를 세워서 보고 있어 지도 아래쪽을 종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어느 여행가는 오천항을 종점이라 말하기도 했었다. 오천항에는 크고 작은 어선들이 항구 가득 세워져 이미 조업을 마친 것 같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소록대교와 연결된 2028m의 거금대교.
소록대교와 연결된 2028m의 거금대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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